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 에이치 Dec 27. 2021

출장자의 주말, 팀과 크리스마스 보내기

가족적이고 싶으나 그다지 가족적이지 못한.

출장이라는 생활은 내가 당초에 꾸었던 꿈과는 결이 많이 달랐다. 내가 꿈꾸었던 출장이란 멀끔하게 비즈니스 수트에 검은 구두를 차려 신고 공항을 누비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급히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 정도였던 것 같다. 비행기에서는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일, 일, 일. 그런 워커홀릭 프로페셔널. 


현실은 꿈보다 더 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업무처리 또한 더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해야 하지만 우리는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넘친다. 출장팀은 나의 상상보다 훨씬 더 생활 밀착적 관계를 필요로 하고, 생각보다 더 짙게 가족적 분위기를 풍기게 된다. 서로의 컨디션 챙기지, 끼니 챙기지,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챙기지, 스트레스 수준이 괜찮으지 챙기지. 서로가 '안녕'한지 A부터 Z까지 챙겨 가며 지낸다. 처음에는 'What? 이런 것까지 챙겨야 한다고?' 충격을 크게 받았었다. 다 큰 어른들이라면 개인적으로 알아서들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곧, 타지에서 그것도 평상시보다 더 많은 업무량을 소화하면서 나혼자 알아서 잘 먹고 잘 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들 한국에서 생활을 중단하고 해외에 뛰어드는 만큼 잃어버리고 오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들이 일상생활에 가진 집념은 꽤나 다부지고 질겨서, 잃어버린 만큼의 일상을 찾아야 화평하게 살아지더랬다. 그래서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 팀과 함께 해외 '생활'을 해나가는 것 또한 업무의 일종이라고.


그리하여 이번에 우리는 크리스마스라는 날을 함께 기념하기로 했다. 주말 나들이를 곁들여서. 물론, 자본주의 사회 속 로맨틱한 날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크리스마스를 출장팀과 함께 보내는 것이 반갑지는 않다. 아마 모두들 그럴 것이다. 게다가 주말의 활동들은 모두 사비 부담을 해야하니 경제적으로도 달가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팀은 이번 성탄절을 함께 축하하기로 했다. 그것이 출장 생활이니까...


팀과 해외에서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식상하다. 모여서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신다. 그리고 모여 앉아서는 대부분 일 이야기를 한다. 가끔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같은 주제의 신세 한탄이 곁들여 진다. 먹고 있는 음식이 그린 망고 샐러드에 록락 같은 현지 음식인 게 다를 뿐. 이마저도 대부분 특별한 날에는 특별히 한식당을 찾기 때문에 해외 분위기는 썩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출장, 이번 크리스마스만은 조금 달랐다. 작은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 수 없는 수수료의 세계_캄보디아 비자 연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