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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Dec 22. 2021

알 수 없는 수수료의 세계_캄보디아 비자 연장

출장의 중간 지점에서

프놈펜의 맑은 날들

벌써 입국한 지 1개월이 되어간다니요.


나는 여태까지 보통 1-2주 체류 일정으로 출장을 다녔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2개월을 캄보디아에서 보내게 되었다. 코로나 19 이후로 한국에서는 1개월짜리 단수비자만 발급을 하고 있어, 번거롭지만 캄보디아 현지에 도착해서 비자 연장을 알아보고 진행했다. (알아봤다기엔 정보가 너무 적다.) 결론적으로는 탈 없이 모든 처리가 잘 마무리되었지만 모든 과정이 참으로 미심쩍었다.


당신 비자 연장 대행사 맞지..?


현지 클라이언트 기관에서 소개해준 에이전시를 통해 비자 연장 절차와 필요 서류, 비용 등을 알아보았는데 이 에이전시가 아무래도 수상했다. 우리 여권 사본과 도착비자 사진 등 과도한 정보를 메신저로 보내달라고 요구함은 물론이었고, 처리에 별 도움도 주지 않았다. 보통 대행사라 하면 서류 작성, 제출 및 픽업 등을 대신해주는데 이 에이전시는 준비 서류 목록과 수수료를 알려준 뒤, 서류가 준비되면 이민청(Cambodian Immigration Department)으로 가서 도착하면 자신한테 전화를 달라는 것이다. 전화를 주면 그때 나오겠다나. 서류 내가 다 작성하고 이민청까지 직접 갈 거면 댁이 해줄 게 뭐가 남은 건데요.... 


이민청으로 간다. 일단 고.


아무튼 찜찜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마침 우리 팀 통역사가 일처리를 할 수 없어 내가 직접 이민청을 가게 되었다. 나 혼자 간다고 우리 통역사가 어찌나 호들갑에 걱정을 하던지. 내가 아이가 된 건지 어디 적진으로 들어가는 건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통역사가 느끼기에도 에이전시가 수상했던 것 같다. 나로서는 얼른 이민청을 얼른 가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비자 연장 연체 수수료 1일 10불ㅎ_ㅎ) 부족한 서류가 있다 하면 다시 준비하면 되니까. 에이전시에 물어봤자 결과는 똑같을 것이고, 아마 나만 짜증이 더 나겠지.

비자 연장, 이리로 가세요.

TADA 앱을 이용해서 승용차를 불러 타고 이민청으로 갔다. 이민청은 프놈펜 공항 바로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도착하니  방문객 보기를 도둑놈 보듯 눈초리가 날카롭고 말투마저 쌀쌀한 보안요원이 크메르어로 무언가를 물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답이라고는 "Visa Extension" 외마디와 소심한 미소뿐이었다. 다행히 그는 나의 의도를 잘 전해 들었는지 "Passport"라고 답해주었다.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얼른 내 여권을 보여주자 청사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텅 빈 접수처

비자 연장 접수처 사무실이 따로 있었는데 코로나 19의 위력인지 내방객이 나뿐이었다. 에이전시에서 자신한테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일단 접수대로 가서 부딪혀 보고 잘 풀리지 않으면 전화를 하기로 했다. 접수 담당 직원은 영어가 잘 통했고, 서류를 건네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비용 결제와 발급 일정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비용도 에이전시에서 알려준 것보다 훨씬 저렴했다. 게다가 에이전시에서는 증명사진을 2장씩 준비하라고 했는데, 담당 직원이 사진을 한 장씩 모두 다 돌려주었다. 역시 그 에이전시 사람은 내가 잘 챙겨 온 서류를 포워딩만 해서 수수료 떼먹는 놈이었는가...


캄보디아 비자 연장

비용: 3개월 60불, 6개월 100불 (에이전시에서는 3개월 75불, 6개월 155불이라고 알려줬다.)
처리 기간: +7일 (오후에 픽업에 가능하다.)
필요 서류
  1. 여권 원본
  2. 사진 1매
  3. FPCS(Foreigners Present in Cambodia System) 등록 화면 인쇄본 1부
    - 묵고 있는 호텔 리셉션에 요청하면 바로 받을 수 있다.
  4. 초청장 사본 1부
    - 별도의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우리가 제출한 영문 초청장에는 초청기관, 초청 대상자 성명, 관련 업무가 적혀있었다.
  5. 신청서(하단 첨부파일)


비자 연장 신청서 서식:


아무튼 5분 만에 모든 처리를 마치고 접수증을 교부받았고, 다음 주 오후에 방문하면 여권을 픽업할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7일 뒤에 접수증을 가지고 다시 이민청으로 오면 여권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무실로 다시 갈 TADA를 콜 했는데, 방금 나를 이민청까지 데려다주었던 기사가 다시 왔다. 그를 보자마자 빵 터지고 말았다. 다시 보니 반갑네, 하며 어색하게 또 웃었다. 그치, 요즘 공항에도 손님이 없긴 하지.


그리고 약속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여권을 픽업하러 갈 때는 통역사와 함께 갔다. 내가 에이전시를 스루하고 혼자 직접 일처리를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니 그녀는 아주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나 웃음도 잠시, 실제 비자 연장 가격을 알려주고 나니 에이전시 수수료를 계산해 보고는(우리 팀 인원으로 130불) 에이전시 도둑놈들이라고 해줬다. 그냥 우리가 이 사업 하자...


청사 입구의 보안요원은 여전히 쌀쌀맞았다. 나는 내가 크메르어도 못하는 외국인이라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캄보디아 사람이 와도 여전히 무서운 얼굴이었다.


비자 연장 접수대로 가서 여권을 찾았다. 연장 비자가 제대로 잘 붙어 있는지 확인한 후에 사무실로 복귀했다. 이번에 여권이 만료되면서 새로 만든 여권이라 캄보디아 입국 비자와 연장 비자, 이렇게 2면의 사증만 덜렁 썰렁하게 붙어있었다. 


여기서 다시 궁금해진다. 에이전시는 이민청에서 내가 전화하면 대체 뭘 해주려고 한 걸까? 참 이상한 녀석들이다.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 한 달


이제 앞으로 프놈펜에서 보내게 될 시간은 약 한 달. 절반이 벌써 지나갔다. 잘 보낸 걸까.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잘 지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간소하고 깨끗하게 먹기, 가끔 미식하기, 달리기 다시 하기를 잘 실천해내고 있어 기특한데, 이 이야기는 다음번 글 주제로 삼아야겠다.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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