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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Jun 22. 2022

중소기업에서 연봉이 오르는 원리에 대하여 (1)

그걸 누가 알겠어요, 우리 사장님만 아시겠죠.

나의 첫 직장은 중소기업이었고, 두 번째이자 현 직장인 이곳 또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에 재직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중소기업이라 하면 내게는 일단 '체계 없음'이라는 하나의 확고한 이미지가 있다. 이것은 취업 전부터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면서, 취업 이후로도 벗지 못하고 있는 색안경이다.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내게 안경 없이 지내는 하루와 같은 것이다. (나는 난시가 심하다.) 대충 앞이 보이기는 하는데, 앞길은 흔들리고 어렴풋하며 지글거린다. 그 와중에 놀라운 것은 어쨌든 죽지 않고 살아진다는 것이다. 생활에도 짬빠란 게 있는 것인지 대략 보이지 않아도 대충 살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직장생활은 정확히 안경 없이 사는 하루와 동일하게 흘러갔다. 명확한 것은 어디에도 없는데 어찌어찌 굴러가는 하루들이었다. 모든 게 불확실했으나 그중 가장 실체 없고 불명확한 것을 말해보라면, 나는 단연코 '연봉 인상률'을 꼽을 것이다. 일단 이곳은 연봉 테이블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중소기업 재직자 중 향후 5년 후 본인의 연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나는 아니다. 나는 그렇게 살아 본 적이 없다. 당장 올해 연봉마저도 어찌 될지 깜깜하다. 


회사의 녹봉을 받아먹고사는 직장인으로서, 당최 알 수가 없더라도 연봉 상승 추이가 어찌 될는지 궁금한 건 자연의 이치. 올해 연봉 인상 통지를 앞두고 이곳저곳에 어느 정도나 오를지 수소문해 보았다. 모든 이의 전망은 한결 같이 참담했다.

 

"오르긴 오르려나."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에휴."


팀 동료 찔러보기 결과, 우리 팀원들은 전반적으로 연봉 인상 폭이 매우 협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들의 낯빛만으로도 감각할 수 있었다. 미래가 어둡군. 연봉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팀의 사기가 죽어버리는 걸로 보아서, 전적이 화려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새로이 품게 된 의혹이 있었는데, 팀장이 연봉 인상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개개인의 연봉 인상률은 전적으로 회사 대표와 경영팀장이 결정하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 그게 가능한 건가? 우리 팀장님께 여쭤볼 수는 없으니, 사실인지 확인해볼 수 없었다. 그러나 사실로 받아들이자니 의심스럽기 그지없지 않은가. 아무리 중소기업이더라도 임직원 수가 100명이 넘어가는 조직인데, 어떻게 개개인의 성과를 대표님 혼자 평가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곳이 또 중소기업의 세계임을... 나는 이제 알만한 사회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쩐지 믿음직스럽잖아. 어느새 수긍하게 된다. 그렇구나. 사장님이 정하시는구나. 


나는 지난 연말에 직함이 하나 올라간 데다가, 이직한 지 만 1년이 딱 경과한 시점이었다. '팀장님만은 나의 지리멸렬한 노고와 미지근한 정열을 어여삐 여기시지 않을까!'라는 불꽃같은 희망을 걸고 있었으나, 팀장님이 아니라 사장님이 연봉을 정하신다니 그 기대는 덧없는 것으로 판별되었다. 나 따위의 말단급 사원의 열정과 노력을 사장님이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연봉 인상에 대한 기대는 고이 접어두기로 한다. 기대를 걸기에 나는 너무나 존재감 없는걸. 게다가, 연봉 인상 폭이 협소한들 그에 논박하기 위해 내세울 공적 하나 변변치 않았다. 약한자에게는 버려지고, 강한자에게는 내팽겨쳐지며, 결국 적당히 미련하고 적당히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중소기업의 세계관 속에서 연봉 협상이란 당장에라도 판을 떠날 수 있는 강자들이나 내지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던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곡소리 내지 않을 정도로만 노력하며 하루를 연명하는 적당한 노력가임을 나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받아들여야지.


아니, 그래도 물가는 따라잡게 5% 정도만 인상되면 좋겠는데. (흑)


연봉 협상 결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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