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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Jun 28. 2022

중소기업에서 연봉이 오르는 원리에 대하여 (2)

연봉 통지, 이게 말이 되나? 일단 서명한다.

어느 월요일이었다. 팀에서 연차가 높은 순으로 경영팀에 호출되기 시작했다. 자리로 복귀하는 동료들의 손에는 봉투가 하나씩 꼭 쥐어져 있었다. 음. 저것이 새로 쓴 근로계약서로구만. 연봉 통지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나 같이 굳은 얼굴들. 연봉이 굳어버려 얼굴마저 회빛으로 단단해진 것인지, 기쁜 마음을 숨기고자 한껏 경직된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으며, 알아서 좋을 것도 없었다. 동료가 부러워지거나, 안쓰러워지거나 그 둘 중 하나의 감정을 얻을 뿐 유익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한 동료가 들어오면서 나를 호명했다다. 5분 뒤에 경영팀 사무실로 가보라는 이야기였다. 5분 뒤면, 나는 한해의 회사생활에 대한 평가를 듣게 된다. 이러쿵저러쿵 선의나 가식으로 포장된 말들로써가 아니라 밀고 당김 없이 간결한 숫자로 결과를 받아보게 될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이직 후 내 가치를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이고 싶었는데, 나는 지금 마치 상대가 내 진심을 알아주기 바라며 숨어 짝사랑을 하고 있는 미련한 아이 같다. 사장님, 보이시나요... 저의 하잘것없는 노력과 사랑이...?


최악의 결과와 최고의 결과에 대한 몽상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5분이 지나있다. 바삐 경영팀 사무실로 넘어갔다. 나는 작은 책상에서 종이 한장을 사이에 두고 경영팀 이사님과 마주 보고 앉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함께 일이라도 했던 사이라면 긴장이 덜 했을 텐데, 얼굴만 아는 얼굴 앞에서 나는 침만 꼴딱였다. 무슨... 말씀이라도 좋으니 이 정적을 얼른 깨부숴 주시길...


이사님은 찬찬히 당해연도 연봉으로 결정된 금액을 알려주셨다.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내가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이제 7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여태까지 중 가장 인상폭이 컸다. 인상 액수로도 인상률에서도 가장 큰 폭의 상승이었다. 앞자리가 바뀔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놀라움과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헤벌쭉...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내가 실실 웃고만 있자, 이사님이 말을 이어나가셨다. 결정된 연봉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기간을 별도로 두고 있지만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서 꼭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나는 곧장 대답했다.


"이의는 전혀 없고요, 얼른 서명하고 싶습니다."


나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들고 갔던 만년필 뚜껑을 '뽁'하고 뽑으며 이 계약을 1초라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나의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아마 우리 팀장님 앞이었다면, 그 만족감과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경영팀으로부터 통지를 받는 것이 이런 장점이 또 있구먼.


이사님께서는 주니어들의 노고를 회사 차원에서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상을 최대한 하려고 했다는 대표님의 의지를 이야기해 주셨다. 보통의 회사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가장 고생하고 많은 일을 하는 것은 말단 사원들이지... 그렇지만 아랫층의 노력을 굽어봐주는 곳은 흔하지 않다. 주니어들의 연봉 인상률을 먼저 챙기고자 했다는 대표님의 뜻에 마음이 따듯해진다. 그러나 우리 팀은 예외여요... 우리 팀장님의 사려 깊음 덕분에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걸 안다.


새로운 연봉이 기입되어 있는 근로계약서에 기쁜 마음으로 서명을 하고 나왔다. 나는 바로 우리 팀 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했다. 너무 싱글벙글이라서...


잠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지난 직장생활 속 연봉 인상 이력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자 놀랄만치 신속하게 얼굴이 굳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지리멸렬하였던 나의 연봉 인상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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