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연봉이 오르는 원리에 대하여 (3)
왜 이렇게 조금 주시는데요? 아무도 모름
올해 이례적인 연봉 인상률에 대한 통지를 받아 든 이후, 나는 지난 세월을 생각하며 감회로워졌다.
연봉 올려주기로 하고 튀어버린 상사
첫 직장에서였다. 그는 면접 결과를 전해주며 연봉을 XXX만원으로 통지해주었는데 나는 000만 원 이하로는 어렵겠다고 답변했었다. 그는 그렇다면 4개월 뒤가 연봉 협상을 하는 달이니, 그때까지는 수습기간이라고 생각하고 XXX만원을 받고, 4개월 뒤에 요청한 대로 000만 원을 맞추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 약속을 믿고 입사했고, 그는 내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해 사라졌다. 그리고 약속한 기일이 되었을 때, 그 상사와 나 사이의 이야기를 전달받은 이는 역시나 없었다. 내가 통지받은 연봉은 약속받은 것보다 작았다. 뭐 이딴 경우가 다 있담. 나는 이의를 제기한 끝에 제 월급을 찾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잃은 것은 없었으나 배움 하나가 늘었다. 중소기업은 이딴 식으로 굴러가는구먼.
연봉 인상을 메일로 통지하던 회사
농담이 아니고, 첫 회사에서는 딱 한해, 사업본부 팀장님이 인상된 연봉을 통지해주신 이후로 연봉 통지조차 해주지 않았다. 사업본부 팀장님이 바뀌었는데 그 이후 새로 부임한 팀장님은 면담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연봉 조정 대상자에 한해서만 메일로 조정 전 연봉과 조정 후 연봉에 대한 통지 메일을 보내주었다. 메일을 받아 들고는 '이렇게 되었구나.' 끄덕이고 말 뿐이었다. 연봉 통지라는 것 자체가 일방적인 형식이지만, 메일이라는 방식은 대면 면담보다 확정적이며, 소통을 거부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요, 통지를 받아 든 제 눈빛이 슬픔 가득할 것 같았나요? 불편하더라도 대면해 말해주어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그러나 사람에 따라 일처리가 달라지는 것이 중소기업 특인 것을...
최저시급 인상률보다 낮은 급여 인상률, 동결도 자연스러운 세계
내 경우에는 별 사건(이직, 승진) 등이 없는 한 연봉 인상률이 매우 적었다. 물가만 따라잡아도 땡큐였다고 할 수 있겠다. 기억하기로 연봉협상의 달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인상을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연봉이 동결될까봐 두려워했다. 실제로 나도 연봉이 동결된 해가 있었다. 사유는 '회사의 어려운 자금 상황'. 아, 내 살림은 안 어렵고 풍족하냐고요. 이렇게 오르는 듯 안 오르고, 안 오른 듯 내려가는 급여를 가지고 재직자들이 어떤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말인가. 충성할수록 가난해지는 중소기업 재직자의 세계.
계단식 인상률, 최고의 비결은 승진과 퇴사 협박
내가 지켜봐 온 바로, 중소기업에서 확실하게 연봉이 오르는 때는 단 두 경우뿐이었다. 승진과 퇴사 통보. 그 이외에 유의미한 것은 없었다. 나는 회사 신년회에서 매년 '우수사원'으로 시상을 받았지만, 연봉 인상과 우수한 업무 수행능력은 별개였다. 그다지 영향이 없었다. 올려줘야 할 대단한 핑계가 없는 한 올라가지 않는 것이 중소기업 사원의 연봉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올려줘야 할 대단한 핑계란, 승진과 퇴사 의지 전달이다. 승진 시에는 15~20% 정도가 인상되는 편인 것 같고, 퇴사와 관련해서는 본인의 연차나 정해진 이직처가 있는지 등에 따라서 회사의 처우 개선 제안이 다를 것 같다.
올해 나의 이례적인 연봉 인상률은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써ㅡ물론 승진을 하긴 했지만, 이번 승진으로 책임이 늘지는 않았으므로 직함만 바뀐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ㅡ 다시금 중소기업의 다양성에 감탄하게 되었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세계관에서 당연한 것과 정상인 것은 없는 모양이다. 회바회(회사 바이 회사; 회사에 따라 다르다)라는 말 외에는 중소기업을 품을 수 있는 말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회바회의 정글에서 적자생존할 방안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연봉인상의 지름길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