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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Jul 03. 2022

중소기업에서 연봉이 오르는 원리에 대하여 (4)

연봉 인상 비법이 있을까요? 

중소기업은 언제 재직자들의 연봉을 올려줄까? 상시고용 인력 100인 내외의 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내 개인적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제 막 7년 차에 들어서면서 연봉에 대해서 내가 겪은 바와 느낀 바에 대한 이야기이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작은 업체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라면 다들 비슷한 불투명함과 불명확함, 불확실성을 안고 일하고 있을 것 같다. 중간 점검을 하는 기분으로 글을 남긴다.




내 연봉은 언제 어떻게 올랐나


이랬다 저랬다, 비일관적 상승


지금까지 나는 총 6번의 연봉 협상을 했지만 연봉 인상은 언제나 예측 불허의 영역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업무 처리 능력은 일관적으로 성장해왔던 반면에, 나의 연봉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적게는 0%에서 많게는 20%를 상회하는 인상이 있었던 해도 있었다. 단 하나의 규칙성을 찾다보자면 연봉에 있어서 빅 스텝은 나에게 매 3년마다 찾아왔다. 어쩌면 일관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는 나의 자가진단이 매우 틀렸는지도 모른다. 모든 성장과 배움이 그렇듯, 나의 업무 능력도 매 3년을 기점으로 뛰어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연봉 인상률이 비일관적이었던 것은, 회사의 자금 상황이 불안정했기 때문이 가장 컸던 것 같다. 회사의 매출이나 재무 안정성이 해마다 달랐던 것을 사원인 내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내가 재직하던 회사가 재정적으로 불안정하고 열악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 불안정은 확실히, 직원들의 성과 보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의 성과와 회사의 실적, 적당한 연차 등 모든 면이 잘 맞아떨어졌던 때 빅 스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으로 선검증 후인상


중소기업의 급여체계는 매우 보수적이며 즉각적이지 않다. 특히 입사 직후 첫해는 인상에 대해서 큰 기대를 접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가 내게 원하는 업무량을 완전히 소화하고, 회사에서 기대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직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회사는 절대 먼저 급여를 올려주지 않았다. 언제나 검증이 먼저이고, 연봉 인상은 그로부터 오랜 시간 이후의 이야기다. 


여기에서 회사가 직원에게 바라는 가치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회사는 불만 없이 일하는 직원을 원할 수도 있고, 적당히 오래 일해줄 직원을 바랄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벌리는 공격적인 직원을 원할 수도 있고, 팀원들과 트러블 없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위트와 다정함을 기대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내가 직장생활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치와 회사가 품는 이상적 직원상이 다르다면, 회사생활은 실망스러워질 수 있다. 열심히 하더라도 회사가 알아주지 않을 테니까.


특수 이벤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실 이 부분은 앞선 선검증 후인상의 연장선 상에 있는 이야기이다. 빅 스텝을 겪었던 연도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항상 특기할만한 이벤트가 있었다. 새로운 업무를 추가적으로 했거나, 축하할 만한 결과물을 냈거나 둘 중 하나의 경우였다. 이러한 특수 활동들이 나의 성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항상 직접적으로 승진과 연봉 인상으로 이어졌다. 


내 개인적인 경험에 있어서 하는 일의 범위나 수준이 작년과 동일한데 연봉이 오른 경우는 없었다. 나의 첫 승진 때는 회사에 인턴십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내가 채용 프로세스를 도맡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내게 주어졌던 '지시받은' 업무였고, 나는 여기에 더해서 신규 인력에 대한 OJT는 물론이고 사수 역할을 하며 인턴들의 담당 사업을 총체적으로 모니터링했다. 그리고 두 번째 승진 때는 본래 업무에서 한 단계 올라가서 보고서 일부 파트를 작성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나는 담당 파트를 어설프지만 그럭저럭 잘 갈무리해냈고, 해당 영역의 연결 파트도 마무리했다. 이렇게 기념비가 될만한 사건 없이 무탈하고 잔잔히 흘러갔던 해에는 직함이든 연봉이든 조용히 제자리에 머물 뿐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무언가를 더 해냈던 때 올랐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 회사에서 3년은 버티고 이직하라는 조언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꼭 이직 시 책임감과 인내심을 보증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첫 한두해는 주어진 일을 다하기에 벅차서 플러스 알파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세 번째 해가 될테니까. 회사가 우리를 알아보고 보상해주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들기 때문에 3년을 버텨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전 기억들을 더듬어보다 보니, 내가 꼭 연봉 인상이나 승진을 위해서 해왔던 일들은 아니었지만 결국에는 도움이 되었던 모든 작은 노력들도 떠오른다.




어떤 노력들이 내 연봉에 보탬이 되었는가


깊이 파던가, 넓게 가던가


앞서 내가 하는 일의 범위나 수준이 달라졌을 때 연봉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때, 우리가 주지해야 할 점은 처리 업무량의 증가는 연봉 인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업무량이라는 것은 일정하게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1인의 처리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올해 많은 일을 했다 한들 내년에도 똑같이 많은 양의 일을 하게 될지, 앞으로도 쭉 그러할지 당신의 업무량은 예견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옥과 같은 업무량 속에서도 회사는 인력을 충원하기보다는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은 무한하지 않고 한계량이 있다. 과중한 업무량은 우리의 고생을 말해줄 뿐, 우리의 업무능력을 말해주지 않으며, 우리의 미래 발전 가능성은 오히려 깎아먹는다. 


따라서 본인의 업무량을 근거로 연봉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현재 맡은 일이 과중하고 느끼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모든 업무를 떠맡고 나의 묵묵한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배할 방안을 찾아, 더 중요한 업무에 깊이를 더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연구할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다. 이는 전 직장에서 신입 직원의 OJT를 내가 자원해서 맡아 하기 시작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탐나는 업무에 시간과 힘을 더 쏟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나 중요도가 낮은 업무를 배분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상사에게 직접 컴플레인을 하고 재분배를 촉구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보고 싶었다. 나를 짓누르고 스트레스가 되는 업무가 있다면 얼른 빠져나와 고영양의 업무를 맡을 방안을 모색해보자.


리더의 비전 이해하고 실천하기


내가 경험한 모든 중소기업의 연봉 인상은 전적으로 '대표님'에게 달려있다. 팀 구성원들의 성과 평가를 차등하여 줄 세우는 권한은 팀장에게 있을지 몰라도, 최저-최고 인상률을 결정하거나 예외적 인상을 제공할 수 있는 건 대표 뿐일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이전 직장에서는 대표와 팀장이 함께 인상폭을 조정한 뒤 결과를 통지하는 형식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는 회사 대표와, 우리팀의 팀장, 이 두 계층의 리더를 잘 따라야 한다. 오로지 그들만이 우리 성과의 평가자이다.


리더의 업무 지시에 따르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다. 그 업무 지시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수행까지 해낸다면 아주 훌륭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업무 지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의 목표를 달성해내는 것이다. 상사와 리더가 어떤 목표 의식을 가지고 과업을 조직하고 지시하는지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키지 않은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더 상위 수준의 목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하는 '시키지 않은 일'들은 단순한 뒤치다꺼리를 넘어설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직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노력은 우리의 성실함과 순종성의 증명이 될 뿐,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없다.


다만 난점은 자신의 비전을 제대로 정의하고 공유하는 리더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비저닝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비전을 영영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비전은 집요하게 작은 것부터 원대하고 큰 것이 될 수도 있다. 리더가 '종이컵 사용을 줄입시다.'라고 요구한다면 그가 비용 절감을 원하는 것인지, 환경보호에 민감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게 어느 쪽이든 그는 아마 우리가 텀블러를 쓰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보다, 이면지를 재활용해 노트로 쓰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더 기뻐할 수 있다. '해외 조달 공고 모니터링을 하자.'라는 요구에 조달 공고를 정리해 리포팅하는 모습도 좋지만,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위한 국가 지원사업 정보를 가져와 보고하는 노력에 더 기뻐할 수 있다. 업무 지시 속에서 그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잘 캐치하려고 노력했다.


내 갈 길 찾기


이건 이제 중소기업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어느 한 곳에 소속되어 그곳을 평생직장 삼아 생계를 꾸려 나가는 건 낡은 이야기가 되었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할 수 없다는 건 우리가 언젠가는 구직을 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꼭 회사를 떠날 생각이 없는 때에도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늘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결론은 같다.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 하나만이 남는다. 실제로 나는 자기 계발에 일정 시간을 쏟는데, 주로 현재 업무와 유관한 자격증 취득이나 독서 등을 한다.


세상에 인풋 없는 아웃풋이 없는 것과 같이 그 역도 성립을 하는 것 같다. 인풋이 있으면 당연히 그만큼의 아웃풋이 따라온다. 내 이력서는 조금씩 단단해져가고 있고, 동시에 상사는 두 가지를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이 사람은 꾸준히 자기 성장을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고, 둘째, 이 사람은 구인시장의 셀링 포인트를 계속 갖추어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 그 둘 모두 연봉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퇴사 협박으로 즉각적으로 연봉 인상 보상을 얻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저 자기 계발의 노력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회사에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 시장 가치보다 저평가된 급여로는 고용을 유지할 수 없는 인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급여 수준과 본인의 업무 레벨의 균형도 적절히 잘 맞추어 나가야 한다. 균형이 무너졌을 때 기울어진 시소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우리여야 할 테니.




올해 나는 기대 이상의 연봉 인상이라는 보상을 받았지만, 기쁜 마음만큼 수심도 늘었다. 이 가치 이상을 보여줄 수 있어야 앞으로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남은 한해,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럽다. 업무 점프를 위해 한껏 웅크린 채 보내는 한 해가 될 것 같은 예감. 그리고 2023년에 도약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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