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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수강은방학때 Sep 13. 2019

이름에게 - 아이유

존재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이름에게 - 아이유


모든 것은 관심을 갖는 것에서 시작된다.


매일같이 버스나 지하철,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항상 비슷한 시간, 같은 장소에서 몇 번 눈에 익은 사람을 마주치다 보면 없던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저 사람은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있네.’ 라던지,

‘요즘 같은 때 지하철에서 저 사람은 맨날 책을 읽고 있네.’ 하는 작은 관심.

그때부터 그 사람의 생김새부터 행동 하나하나가 아주 사소할지라도 어떤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언제 내 핸드폰 노래 목록에 넣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아이유의 노래를 요 며칠 사이 관심 있게 듣고 있다. 여태까지 그냥 넘겨버리던 이 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별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최근 방영했던 드라마에서 아이유가 너무 이쁘게 나왔었고, 언젠가 노트북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던 나는 유튜브에서 아이유의 라이브 영상을 찾아봤더란다.


여러 라이브 영상 중에 '이름에게'라는 노래를 계속 들었다. 이 노래가 위로에 관한 노래라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전에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어 흥얼거리며 따라 할 정도로 귀에 익은 노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노래가 그렇듯이 관심을 갖고 단어 하나하나 뜯어보며 가사를 듣다 보니 전에는 보지 못했던, 노래 속에 얕게 묻혀있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위로에 관한 노래라지만 누굴 위로하는지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그저 흐릿한, 어떤 대상에 대한 마음쓰임을 계속 이야기한다. 옆에 있어주어 위로해주고 싶지만 대답조차 하지 않는, 자꾸만 도망치는 어떤 무엇.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두 손을 꼭 잡아주겠다고, 언젠가는 함께 더 나은 곳으로 가자고 이야기한다.

어떤 사이길래 이 정도로 마음을 쓰는 걸까?

대답조차 하지 않고, 안아주려 하면 도망쳐버리는 대상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했던 말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외로웠던 너를 다시 놓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사이는 어떤 관계일까.


길고 어두운 밤 사이로 영원히 사라진 소원을, 나는 알고 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화자는 아무도 모르는, 정말 단 한 명도 모르고 있던 그 소원을 알아주는 존재다.


학교 도서관에서 마주치던 고양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종종 마주치는 고양이, 여행에서 만났던 여러 고양이들, 이 고양이들은 나에게 있어 그저 고양이라는 존재로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만약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고양이를 키우기 전부터 고양이에 관한 여러 글이며 동영상들을 찾아볼 테고, 내가 키우게 될 고양이에게 붙여줄 이름을 며칠 밤낮으로 고민하다가 결국엔 적절한 이름을 붙여주겠지.

특별하지 않은,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어떤 존재가 이름을 갖는 순간. 그 이름을 알고 있는 대상들 사이에는 특별한 무엇인가 생겨난다.

수많은 고양이중에 내가 이름 붙여준 고양이가 나에게 유일한 존재로 다가오듯이. 매일같이 타던 버스와 지하철에서 마주치던, 눈에 익은 어떤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되는 순간, 쓰이는 마음의 무게가 그 이전과 비할바가 못되는듯이.


관심이 생기고, 이름을 알게 되고, 관계가 형성되고, 그 관계가 깊어지고 깊어져서 결국엔 서로가 서로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을 때.

이 노래 가사처럼, 상대방이 대답조차 하지 않고, 다가서면 도망쳐버리고, 혼자 바스러지더라도. 어떻게든 손을 잡아주고, 허공을 껴안아주고, 영원히 사라진 소원까지도 알아주는 사이가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그 사실이, 어느 무엇도 줄 수 없는 유일하고 진심 어린 위로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관계는 사람 간에만 형성되는 게 아니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 관계가 생길 수도 있고 동물과 사물 사이에도 형성될 수 있다. 심지어 한 사람과 그 자신 간에 관계까지도 맺어질 수 있다.

어째서 이 노래 제목을 ‘이름에게’라고 지었을까, 어째서 가사에 구체적인 대상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 노래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한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요즘 부쩍, 나를 진심으로 알아주는 한 두 사람 정도면 충분해,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최근 노래며 영화며 책에서 이런 관계들을 지켜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그런 관계를 맺게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하고 마음쓰고, 심지어 얼마나 운이 좋아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노력해야 한다. 이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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