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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수강은방학때 Sep 14. 2019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에필로그 - 순례길, 그 이후 이야기

35일차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할 수도 있고 침대에서 느긋하게 더 딩굴딩굴거릴 수도 있다.

오늘은 열두시에 성당 미사를 가기로 했다. 성당에 가기 전에 츄러스를 먹으러 갔다. 츄러스와 초코라떼를 시키고 지난번처럼 초코라떼에 츄러스를 퐁당퐁당 찍어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폰페라다에서 먹었던 츄러스와는 맛이 살짝 달랐지만.


미사는 스페인어라서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순례자들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겠거니 생각하면서 들었다. 수녀님의 청아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미사를 마치고는 기념품을 사러 주변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얼마동안 기념품 몇 개를 사고 나서, 배가 고파져 근처 레스토랑에 갔다. 베이컨이랑 계란 프라이를 먹으려고 했는데 주방이 쉬는 시간이라고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리며 다시 거리를 걸었다.

마침 눈앞에 초밥 간판이 보였고, 가게에 들어가서 캘리포니아롤을 시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ZARA에 가서 청바지와 티셔츠를 사고, 순례자 사무소에 가서 인증서를 받았다. 크레덴시얄을 건네주고 생장에서부터 걸어왔다고 하니 잠깐 확인하고는 779km라는 숫자를 적어준다. 꽤 많이 걷긴 했구나,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기념품들과 인증서를 두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갔다. 어제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있었던 분수대 앞 레스토랑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카페라떼를 하나 시키고서는 노래를 들으면서 아직 다 적지 못한 어제 여행기를 정리했다.

그러다 혼자 멍 때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어떤 외국인 아저씨가 와서는 스페인어로 뭐라뭐라 말을 건다. 스페인어를 못한다고 얘기해도 내 커피잔과 자기를 가리키면서 자꾸 뭐라고 이야기를 한다. 자기도 커피를 사달라는 뉘앙스 같아서 이해 못한 척 순진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계속 지어 보였는데, 답답했는지 자기 지갑을 꺼내 보여주면서 커피잔과 지갑을 번갈아 가리킨다.

근데 아저씨 지갑이 진짜 두툼했다. 지금 그런 지갑 들고서 나한테 커피 한 잔 사 달라는 거예요?

그렇게 계속 못 알아듣는 척을 하니 손사래를 치며 가버렸다.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녁 약속시간이 돼서 근처 레스토랑으로 갔다. 그럭저럭 괜찮은 저녁식사를 하고서는 다시 성당 앞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그 조명을 받으며 찍었던 사진들은 꽤나 멋지게 잘 나왔다.


성당 맞은편 산등성이 뒤로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광장에 한동안 앉아있었다. 해가 지자 곧 쌀쌀해졌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낮에 들렀던 초밥집에서 야식을 샀다.

숙소에서 와인을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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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rreria San Pedro


성당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츄러스 카페. 여기는 미리 츄러스를 만들어둬서 따뜻한 츄러스를 먹어보긴 힘듦.

그래도 뜨거운 초코라떼에 찍어먹는 츄러스는 맛있다.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자리가 없을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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