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임 Oct 23. 2023

엠지티안, MZ티안나게 살게

커피는 언제 사?

직장생활 13년, 처음 3년은 초년생으로서의 시간. 그후 10년은 난다긴다 묵은지로 살아온 시간이었다. 사회 초년생 5년 동안, 엠지? 그런 용어도 없었고 나는 그저 막내라 별 생각도 없이 살았다. 시대의 변화인건지, 내가 마주한 그후 10년의 이야기는 달라졌지만. 언제부터인가 새로 만난 새로운 인류를 일컬어 사람들은 그들을 MZ 라 부르더라.


87년생 35살(고마워요..)이다. 직장생활 대부분은 20명 내외의 특정 분야 중소기업(?) 출판사에서 근무했다. 외적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내부적으로는 보수적인 집단에서 머물렀다. 크게 나누면 3개 팀이었고, 내 팀은 입사당시 1인, 1팀이었다. 입사하고 새 팀이 생겼다. 이래저래 치이고 치이며, 어느새 회사 내부에서 가장 많은 팀원수를 가진 메인 팀으로 거듭났다. 가장 많은 팀원이 남아있기까지의 눈물겨운... 그 시간들을 어느 풀어놓으려고 한다. 그들에 대한 뒷담화라기보다는, 그들을 통해 배운것들을 털어놓으려 한다.


어쩌면 보편적이지 않고 특수한 경우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창의성을 인정하며, 개인주의적 입장을 지지하며, 인간적인 모든 면을 존중한다. 왜냐면 내가 만난 대부분의 엠지는, '모르는 것이 많다'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으며, 나라도 한두가지 팁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고 있다.


A라는 남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그는 91년생. 그 친구와 3년 조금 넘게 근무했을 때였다. 그간의 썰은 언젠가 풀겠지만, 오늘은 커피에 대한 이야기만 할것이므로 모든 것을 생략하고 3년이라는 시간 이후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와 같은 장소로 외근을 갈 일이 있었다. 외근 장소는 야외였고, 나는 그와 점심을 함께 먹은 후 잠시 자유시간을 갖고 다시 행사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함께' 점심을 먹은 후(점심은 회사 경비로 결제) 서로 헤어져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그와 따로 걷다가 길에서 마주쳤다. 그는 양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다.


여기서 다시 그와의 과거로 잠시 넘어가자면, 그는 나와 근무한 3년 동안 단 한번도 내게 1500원짜리 아이스 아메... 아니 편의점 커피도 사지 않았던 이였다. 나는 내심, 혹시? 라는 생각을 아주 꼰대스럽게 했다. 진로가 달랐던 나는 그와 눈인사를 나눈 후 각자 갈 곳으로 향했고 그후 10분 후 원래의 행사장소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는 그가 들고 있던 커피 두 잔이 놓여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커피 하나를 가르키며, "어? 내꺼야?"라며 집어 들었다. 그는 0.1초도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에? 그건 저쪽 PD님 건데요?"


행사장 인근 카페는 단 하나. 그 커피는 그래, 다른 업체 직원의 개인적인 커피였다. 당연히 의문이 들었지. '아까 니가 들고 있던 커피는 내것이 아니었나' 그래 내것이 아니었다. 그가 들고있던 커피 둘 중 하나는 다른 누군가의 것이었으며, 그는 내 커피를 사지 않았으며, 나는 3년동안 그렇게 단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그의 커피를 상상했던거다.


커피는 언제 사야 하는건가?


상사에게, 혹은 직장 동료에게 꼭 커피를 살 필요는 없다. 사실 그가 커피를 한 적이 있다. 그가 150만원짜리 회사 기물을 파손 한 후에 사과의 의미로 회사 직원들에게 2000원 짜리 아메리카노 약 여섯잔을 계산한 적이 있다. 기물 파손에 대한 책임자는 나였으나, 나는 당시 부재중이었고 그 커피를 먹지 못했을 뿐이라는 사족을 달면 치사하려나.


아무튼 커피와 관련된 그와의 일화를 되새기며, 그렇다면, 커피는 언제사야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기분 좋을 때 사라"


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한달에 5천원 내로"


스케일은? 한달에 5천원. 물론 내 커피값은 셀프고. 상대를 위해 한달에 5천원만 투자해라. 2천 5백원짜리 커피면 두 잔. 스타벅스면 한 잔이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자주 커피를 사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언젠가는 커피를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정도는 심어줄 필요가 있다. 


실수를 했을 때 무마하는 의미로 상대에게 베푸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상사와 있거나, 혹은 아무나 누군가와 단 둘만 남았을 때라도 그에게 커피 한 잔을 사는 여유는 괜찮다. 말은 옮겨지기 나름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호감을 가진? 어떤 상사와 있을 때 사는 커피 한잔은 상사에게 '어쭈? 이 녀석봐라'하는 대견함을 느끼게 할 것이며, 아무 동료에게 산 커피 한잔은 "저 친구가 커피를 사주더라고요"하는 소문을 남긴다. 


5천원에 그정도면 꽤 남는 장사가 아닌가? 불행하게도 내 기억속에 그녀석은, 4년을 채우고 떠났다. 나는 커피한잔 얻어먹지 못한 채 그 친구를 전형적인 "얻어먹기만 하는 놈"으로 기억하고 있다. 제발, 신입들, 혹은 엠지라고 오해받는 이들이 5천원이라는 허세를 부렸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가 말을 걸었다. 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