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게 이 책은 세번째 벽돌이지만, 독자에게 이 책은 벽돌들이 쌓인 튼튼한 벽이다.
벽돌을 따라서인가, 채그이 표지도 수수한 맛을 담고 있다.
나름 책을 많이 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난독일기의 목차를 보며 내가 읽어본 책이 별로 없음에 놀랐다.
사실 양의 문제는 아니다.
저자의 독서의 폭이 넓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서적들은, 건축서도 아니고 유명한 베스트셀러들도 아니다.
사회, 과학, 문학, 종교 그 언저리에 있는 책들을 골라 인간, 시간, 공간으로 엮었다.
그동안 내가 봤던 책들이 너무 편협하지 않았나 되물어 보며,
앞으로 읽을 책들의 목록을 뽑아 보기에 좋은 기회였다.
저자가 흩뿌려 놓은 벽돌들은 독자들에 의해서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벽으로 다시 쌓여지는 것이다.
사실, 누군가가 책 읽은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고 그 책을 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
이 책을 권하기는 힘들지만,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대들의 편협한 관점을 넓히기 위해 추천하고,
아는 후배들에게는 선뜻 선물해주고 싶다.
스승에게 선물 한번 못해드렸으니, 책이라도 많이 사면 좋아하시는 맥주값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도 스승을 따라 책 리뷰를 열심히 해보련다.
혼자만 아는 것보다는 역시 나누는 것이 보람차다.
스승의 그림자라도 밟아 가면, 한 10년 후쯤엔 흙담 하나 정도는 세울때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