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에게, 산다는 것은, 뭐야?"
"산다는 것은 ……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 거야.
……
누군가를 인정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싫어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짜증 난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 누군가를 껴안는다, 누군가와 스쳐 지나간다….
그게 산다는 거야.
나 혼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없어.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누군가는 싫어하는 나,
누군가와 함께하면 즐거운데 누군가와 함께하면 짜증 난다고 생각하는 나,
그런 사람들과 나의 관계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산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내 마음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있기 때문이라고,
내 몸이 있는 것은
다른 모두가 잡아주기 때문이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는
지금 살아있어.
아직 이곳에 살아있어.
……"
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스미노 요루 / 소미미디어)』 중에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장기적이든, 일시적이든, 잠깐 스쳐 지나가든, 타인과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철저한 은둔형 외톨이는 결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은둔형 외톨이가 살아있다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를 살펴주는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어 가능한 일이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여러 관계 속의 사람들.
그들을 미워해서 상처 주고, 그들에게 미움받아 상처 입는다.
나의 무관심은 그들을 쓸쓸하게 만들고, 그들의 무관심에 가슴이 휑하니 쓸쓸하다.
심지어
나의 사랑이 그들을 버겁게 하고, 나에 대한 그들의 사랑이 힘들고 버거울 때도 있다.
그들과 에너지를 나누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아프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 그것도 우리가 기쁨에 눌려 인식하지 못하는 아픔의 작용이 아닐까?
그래서
이 세상에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좋은 관계든 나쁜 관계든
관계된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누구나 저마다 아프다.
인간 사회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내가 나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면
아픔이야말로
내가 나로 살아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다른 사람들 속에서, 즉 이 세상에서
타인과 활발하게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려는 강한 의지이자
혹은
타인과 활발하게 부대끼며 살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인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늘도 즐거운가? 오늘도 기쁜가? 오늘도 슬픈가? 오늘도 짜증 나는가?
그래서 아픈가?
그렇다면 살아있는 것이다!
오늘도 살아 숨시는 것이다!
[2017.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