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2번.
방을 새로 구하면서 20큐브 어항으로 물생활(물고기를 기르는 취미)을 시작했다. 수초를 조금 심고 야마토 새우 2마리와 웬만해선 잘 안 죽는다는 구피 7마리를 데려와서 어항에 넣고 나니, 텅 비어있던 어항이 그제서야 조금 볼만해졌다. 또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해놓은 느낌이었다.
특히 어항을 신경쓸 때는 밥 줄 때나 물갈이를 해줄 때 말고는 없는데, 그럼에도 어항을 보고 있는 시간은 꽤 길다. 어항의 푸릇푸릇한 느낌이 좋아서인지, 구피의 유유자적 헤엄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새우가 뽈뽈 돌아다니는게 귀여워서인지 이유는 모른다. 그냥 보고 있으면, 기분이 꽤 좋아진다.
어쩌면 마음 속에 강한 물살이 내리치고 있는 순간에도 어항 속 세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강한 물살은 어느새 어항 물처럼 잠잠해지고, 모든 생각도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머릿 속이 복잡하거나 걱정이 많아지면 어항을 들여다 보는 것일지도. 어항을 통한 마음의 정화인가.
이런 이유에 책임감 강한 성격까지 더해 어항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그러다 얼마 전에 밥 먹는 모습이 좋다고 사료를 조금 더 줬는지 수조에 부영양화가 와서 구피 2마리가 용궁으로 떠났다. 내가 좋다고 행동했던 일 때문에 구피들은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그때부턴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며 신경을 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발 물러서서 볼 때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나보다.
요즘엔 그걸 더욱 실감하고 있다. 지켜만 봐도 기분이 좋은 것, 머릿 속 걱정을 가라 앉혀주는 것. 그런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지 않을까. 내게는 작은 20큐브 어항이 그런 행복이다. 책상에 앉아 멀찍이서 어항을 들여다보며 또 한 번 미소를 짓게 되는 오늘처럼,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P.S. 여러분은 지켜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이 있나요?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