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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비리치 Feb 05. 2024

커피 향 맡기

좋아하는 것 6번.



난 독후감을 쓸 때 음료 맛으로 표현하는 특이한 방법을 사용해서, 집에 커피머신을 장만해두었다. 매일은 아니지만 한 번씩 찬장에서 원두를 꺼내 분쇄하고 커피를 내려먹어서, 커피 냄새를 꽤나 자주 맡을 수 있다. 아니 그냥 카페의 느긋한 분위기를 집에서 재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여유로움을 상징한다고 생각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고 있자면 커피는 '각성제'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닌 것 같다. 마시지 않으면 오늘 하루를 버티지 못하는, 눈물 겨운 상황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야만 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그래서 난 웬만해선 차가운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강제로 커피를 빠르게 못 마시도록 제한해버리는 것이다. 컵에다가 코를 갖다 대고서 온도를 재보고, 올라오는 커피 향기도 맡아본다.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도도 느껴보고, 입으로 살짝 넘겨 오랫동안 머금어 맛도 본다. 그러면 커피를 넘겼을 때 마음도 한결 따뜻해진다.


어쩌면 잠깐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현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커피 향을 느끼는 것처럼. 잠깐 하던 생각을 멈추고, 하던 행동을 멈추고 주변 상황을 인지해보라. 그러면 생각보다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햇살도, 살랑 부는 산들바람도, 항상 우리 곁에 있었던 것들이다.


행복도 앞만 보고 달리는 것보다는 가만히 서서 느끼는 것 아닐까.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걸 못 찾고서.






P.S. 지금 여러분들 주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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