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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Dec 26. 2021

브런치 메인에 떴는데 조회수는 바닥... 이유가 뭘까?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글을 쓰지 말자는 글을 크리스마스 연휴에 쓰고 있다니

브런치로부터 작지만 기분 좋은 생일 선물을 받았다. 


며칠 전에 발행한 글이 내 생일 아침에 브런치 PC버전의 메인에 뜬 것이다. 해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반백살 먹게 되어 며칠 전부터 기분이 우울했었는데, 뜻밖의 작은 선물을 브런치로부터 받고 나니 기분이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한국도 아닌 인도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실상의 가택연금을 1년째 겪어오던 올해 봄, 일상을 벗어날 작은 탈출구로 브런치를 찾아낸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이런 기쁨을 나에게 선물해 주다니.... 정성 들여 쓴 나의 걸작(?)을 알아준 브런치팀의 수준 높은 안목에 다시 한번 감탄하기도 했다. ㅎㅎ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고 다시 브런치에 들어와 '통계' 탭을 눌러보니 (그렇다. 나는 조회수와 구독자 수에 목매는 지극히 속물적인 브런치 작가이다..ㅠㅠ) 조회수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어라, 이전의 경우를 보면 브런치 PC 버전 메인에 뜨면 최소한 몇백 단위의 조회수는 거뜬히 나와줬는데, 오늘은 조회수가 형편없다. 다른 때 같았으면 조회수가 좀 더 나와주길 바라면서 안달했을 텐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뭐랄까... 호기심이 들었다. 


'흠... 브런치 메인에 떴는데 조회수는 바닥이라.. 그 이유가 뭘까?'




브런치에 떠다니는 조회수에 관련된 속설이 있다. 음식 이야기, 동물 이야기, 해외 살이 이야기, 퇴사(또는 똘아이 같은 직장상사) 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이혼(또는 똘아이 같은 시댁 식구) 이야기를 쓰면 조회수가 팍팍 오른다는 속설 말이다. 이 글을 쓸 때 이러한 것들을 전혀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라고는 못하)지만, 호비와 호지가 프랑스에 살면서 경험한 승마 이야기를 글감으로 썼으니, (1) 해외 살이 이야기 + (2) 동물 이야기에다가 자녀교육 이야기까지 '보너스 점수'를 획득한 셈인데도 조회수는 형편없다니... 흠... 왜 그럴까? 뭔가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해 보였다. 속된 말로 '정신승리'할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바로 타이밍 문제였다(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에 내 글이 브런치 메인에 떴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그렇다. 내 생일은 크리스마스이다. 그렇다고 뭐 놀라실 필요는 없다. 전 세계 80억 인구 중 365분의 1에 해당하는 2,191만 7,808명은 크리스마스가 생일이니 딱히 희귀한 생일도 아닐뿐더러 내 생일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은 이 글의 전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ㅎㅎ) 


크리스마스라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최소한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1년 동안의 힘든 일을 잠시 잊고 친구나 가족들과 먹고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가장 중요한 명절이다. 웃고 떠들고, 술도 한잔 하고,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는... 그런 평범하지만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 찬 날 말이다. 이런 좋은 날에 굳이 컴퓨터 앞에 앉아 빽빽한 '글 감옥'인 브런치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나의 낮은 조회수를 합리화하기로 결심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 년 중 글을 쓰지 않을 핑곗거리가 차고도 넘치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한다. 바쁜 연말연시에 (비록 코로나 때문에 줄기는 했다지만) 만나거나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도 많고 참석해야 할 자리도 많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는 잠시 글을 쓰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글도 쓰지 않는 판국인데, 이미 써 놓은 글을 다시 꺼내 들고 퇴고하는 궁상스러운 짓은 더욱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읽는 것도 '잠시 멈춤' 해야 하는 것 아닐까?(ㅎㅎ) 제 아무리 좋은 책도 책꽂이에서 뽑아들지 말아야 한다. 정유정 작가의 책처럼 숨 막히는 줄거리가 독자를 유혹하더라도 크리스마스 같은 날 책 따위는 멀찌감치 놓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내 손을 뻗으면 닿는, 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들의 체온과 숨결을 느끼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잠시만이라도 내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그러해야 하기에, 브런치에도 접속하지 말아야 하고, 당연히 '브런치 나우'에도, '피드'에도 접속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아... 이렇게 나는 오늘 내 글의 낮은 조회수를 합리화하는데 성공(?)했다. 해외 살이 이야기, 그것도 한국사람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프랑스에서의 생활, 게다가 동물 이야기까지 곁들여진 나의 멋진 걸작(?)이 독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은 이 씁쓸하고 우울한 주말 밤의 기분을 겨우겨우 벗어났다. 젊은 세대들의 표현을 빌자면 꿋꿋하게 '정신승리'한 것이다. 


한국을 떠나 인도로 오던 때를 회상하며 시작된 나의 1년 차 브런치 생활은 이렇게 낮은 조회수를 합리화하는 살짝 민망한 글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200만 명이 넘는 독자들과 4만 명을 훌쩍 넘는 작가들이 전 세계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멋진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것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흥분되는 일이었다.  내년에도 브런치와 함께하는 멋진 여행이 기다려진다... 하지만, 현실은 또 현실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사무실에 출근해서 정신없는 연말 결산과 한 해 마무리를 해야 한다. '브런치 작가'라는 신데렐라 드레스를 벗어놓고 재투성이 앞치마를 입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의 은밀하면서도 즐거운 '글 감옥'에서 잠시 벗어나 지루하고 평범한 '숫자뿐인 세상'으로 돌아갈 시간 말이다...


* 방금 전에 브런치 PC 버전에 접속했는데, 만 하루가 지난 지금 이 시간에도 내 글이 메인에 계속 떠 있다. 그런데도 글 조회수는 여전히 바닥이다. 하아... 우리 브런치 독자님들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가족들과 아주 단란하게 잘 보내고 계신 모양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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