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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Jan 01. 2022

나이가 오십인데, 걸그룹을 좋아합니다.

걸 그룹의 숨겨준 띵곡들... 함께 찾아보실래요?

내 나이 반백살... 하지만 솔직히 고백한다. 난 걸그룹이 좋다. 최근 1, 2년 사이에 (때로는 호비와 호지의 추천을 받아, 때로는 내가 찾아듣게 되면서) 걸그룹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은 내가 최근에 좋아하게된 3개 걸그룹들의 숨겨진 ‘띵곡’ 이야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 1] 흥해라 응원할 수 밖에 없는 그룹 : 오마이걸


우리 가족이 파리에서 돌아온 직후인 2017년부터 호비와 호지가 줄기차게 응원하는 그룹이 있다. 바로 오마이걸이다. 두 아이들은 일곱명으로 구성된 이 ‘개룡걸그룹'을 애틋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개룡걸그룹’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신가?


우리 모두 학창 시절에 그런 친구들 한두명은 있었다. 성격도 너무 착하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제대로된 학원도 못 가본 그런 친구들... 고액 과외 한번만 받으면 성적이 쑥 오를거 같은데, 현재 성적은 애매한 '중상위권'... 인 서울(in Seoul) 대학을 갈듯말듯한 내신 3등급에서 4등급 친구들...(*_*;;) 나의 아픈 손가락같은 친구라고나 할까.


좀 심한 비유인듯 하지만 '오마이걸'이라는 그룹이 딱 그랬었다. 부자 부모(YG, SM, JYP)를 만나서 돈 펑펑쓰는 부잣집 자식들(블랙핑크, 레드벨벳, 트와이스 등등) 틈바구니에서 몇년째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더니 2020년 이후 제대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내신 4등급에서 내신 1등급으로 떡상했다. 멤버 한명 한명이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뭐 하나 빠지는게 없다. 메인보컬 '승희'는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마다 거의 미친 수준의 예능감을 뽐내기까지 한다. 이렇게 늦게 유명해진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내가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그룹의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2020년 여름에 터졌다. 이 그룹 최초로 '유아'라는 멤버가 이른바 솔로 데뷔를 한 것이다. (유아가 누군지 구별 안가시면 80년대 미녀배우인 정윤희를 닮은 사람을 찾으면 된다) 노래 제목은 '숲의 아이'.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전이 숨어있다. 대개의 경우 걸그룹에서 '유닛'이나 '솔로'를 데뷔시킬때에는 가장 노래 잘하는 사람들 즉 메인보컬들을 뽑아 내보내기 마련이다. 우리가 잘아는 소녀시대의 유닛도 노래 잘하기로 이름난 '태, 티, 서'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유아'라는 멤버는 메인 댄서다. 워낙에 모든 멤버들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보니 메인 댄서를 가장 먼저 솔로 데뷔시켜도 시장에서 먹히겠다고 판단한 기획사의 도박.... 멋지게 성공했다. 실제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으신가? 유튜브에 "유아 숲의 아이 잇츠라이브"를 입력해서 보시기 바란다. 메인 댄서가 그 흔한 엉덩이춤 한번 추지 않고 결혼식장에나 어울릴 길다란 원피스를 입고 "어!쿠!스!틱! 반주에 맞춰"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 표현력과 전달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니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흥해라, 잘돼라... 오마이걸!!!


나는 찾아가려 해 신비로운 꿈

서로 눈을 맞출 때 푸르르던 숲

가장 높은 절벽에 올라가 소리쳐

멀리 세상 저편에 날 기다리는 숲

- 유아의 '숲의 아이' 중에서 -




[# 2] 앞으로 쭉 꽃길만 걸어라 : 브레이브 걸스


두번째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는 추가 설명이 필요없는 2021년 최고의 그룹이라 하겠다. 몇 년만에 역주행에 성공한 '롤린', 2021년 여름을 강타한 '치맛바람'... 이 두 곡으로 브레이브 걸스는 그야말로 올해 대한민국의 음반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평균연령이 30대 초반이라 걸그룹이라는 명칭보다는 '레이디 그룹'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릴듯한 이 그룹은 최근 3,4년간 군 복무를 한 젊은 세대에게는 잊지 못할 그룹이었다고 한다.


환경과 시설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군 위문공연을 수십번이나 쌩 라이브로 진행하며 다져진 탄탄한 실력... 그러다 보니 4명 중에 노래 실력이 빠지는 사람도 없다.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멤버(은지)가 서브보컬을 맡고 있고, 무용을 전공한 사람(민영)이 메인보컬을 할 정도니... 이건 뭐, 4명의 노래 실력은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다.


올해 3월,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이 그룹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방송을 보며 유쾌함, 감동, 이 그룹 멤버 하나하나가 겪었을 고난에 대한 연민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물리적 나이만 반백살 먹었지 인생을 살면서 뭐 하나 가슴뜨겁게 해본 것이 없는 나에게 이 4명의 멤버들은 뜨겁게 묻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것에 사력을 다해본 적이 있나요?"

"당신은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원한 적이 있나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힘이 된 적이 있나요?"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그룹의 숨겨진 띵곡은 '만나지 말걸'이라는 발라드 곡이다. 이 그룹이 부른 정말 몇 안되는 발라드 곡인데, 댄스 없이 오로지 노래로만 구성된 무대를 감상하다 보면 이 멤버 4명이 가진 가창력과 감수성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돼버렸어

우린 좀처럼 가까워지지가 않아

서로 갈 길 가는 저 평행선처럼

내가 밀면 너도 밀고 밀어내기 바빠

이건 아냐 이제 그만 stop

- 브레이브걸스의 '만나지 말걸' 중에서 -


용형... 내년에도 우리 브레이브 걸스 잘 부탁해!!!




[# 3] 2022년에는 완전체 컴백해주세요 : 블랙핑크


세번째 그룹은 블랙핑크이다... 나도 안다. 이 그룹은 2021년 리사의 솔로 데뷔곡을 제외하고는 제대로된 활동이 없었다. 이 그룹이 속한 소속사가 신문의 연예면 보다는 신문의 사회면을 더 많이 장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그룹의 노래 만큼은 추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테디라는 프로듀서가 가진 뛰어난 능력이 절반이고 블랙핑크 멤버들의 실력이 절반이라고 보면 정확한 평가일까?


스웨그 넘치는 가사와 남성들이 따라춰도 힘들만한 파워풀한 댄스로 흑인 음악의 감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우리나라 여성 가수 계보에서 흔치 않은 특이한 존재감을 뿜뿜하고 있는 그룹이다. 제니와 리사가 쏟아내는 폭발적인 랩을 듣고 있자면 '어우...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이다. 독특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로제의 보컬과 탄탄하고 안정적인 지수의 중저음 또한 매력 만점이다. 게다가 속된 말로 ‘쩌는 스웨그’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We are the only gang to run the game in high heels” 이란다. 이쯤이면 말 다하지 않았나? ㅎㅎ


이 그룹이 2020년 10월에 발표한 The Album이라는 앨범에 You never know라는 발라드 곡이 담겨있다. 블랙핑크를 그저 평범한 댄스그룹으로 생각하고 아무 생각없이 듣고 있다가 제대로 한방 맞았다.


가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깊이 생각할 질문거리를 던진다. 걸그룹이 되기 위해 첫 발을 내디뎠던 자신들의 초창기 시절.. 그리고, 성공을 거둔 지금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각종 말도 안되는 소문과 비난들.. 이런 것들 속에서 겪는 정체성 혼란을 헤쳐나가기 위한 싸움들... 가사 속에서 이런 것들을 소환하면서 말이다.


사오십대 가수가 불렀어도 어울릴 정도로 제법 깊이 있는 가사가 호소력 짙은 멜로디에 얹혀져 전달되다 보니(이 노래에서 로제와 리사의 보컬은 수준급이다) 짙은 감흥이 오래오래 남는다. 노래 전체의 가사가 모두 감동적이지만 한 군데만 뽑아보자면...


But you'll never know unless you walk in my shoes

You'll never know

'Cause everybody sees what they wanna see

It's easier to judge me than to believe  

당신이 내 입장에 되보기 전에는 절대 모를거예요

당신은 절대 모를거예요

왜냐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싶어하는 걸 보니까요

나를 믿어주기 보다 나에 대해 판단내리는게 더 쉬우니까요..


뭐 워낙에 탁월한 그룹이라 바랄건 없다. 다만, 한가지 작은 소망이라면 2022년에는 완전체로 컴백하는 블랙핑크를 보고싶다는 것이다.


p/s.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반백살 내 아내는 유튜브에서 인피니트가 부른 ‘Nothing’s over’를 보고 또 보고 있다. 눈에서는 꿀 묻은 하트가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몇번을 되풀이해서 듣고 나더니 혼잣말로 한마디 한다. ‘아유. 인티니트 노래중에 숨겨진 좋은 노래 많네. 더 찾아봐야지’


앞으로 최소 며칠은 우리집 거실에 인피니트 노래가 계속 울려퍼질거 같다… 난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이 더 좋은데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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