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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Jan 11. 2022

내 첫 책에 대한 다양한 독자평을 듣고 나니...

이 세상에 첫 책을 내놓는다는 그 민망함에 대하여...

나른한 주말 오후... 카톡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였다.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반가운 목소리...


"네가 쓴 책 잘 읽었다. 그나저나 책 쓴다는 이야기 하나도 없더니 언제 이렇게 쓴 거니?"

"읽을만 하던가요?"


올해 초부터 '나라를 옮겨 다니며 일합니다'라는 나의 첫 에세이가 주요 서점에서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했다. 출판사와의 계약에 따라 받게 된 몇 권의 증정본을 처가로 보내 놨는데, 바지런한 장인 장모님께서 내가 부탁드리지도 않았는데, 그중에서 몇 권을 시골에 살고 계신 어머니께 보내신 것이었다. 


"사돈어른이 오랜만에 전화 주셔서 네가 쓴 책을 보낸다 하시길래 나는 맨 처음에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들었다."

"책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께 좀 미리 말씀드릴걸 그랬네요. 죄송해요"

"너희 가족이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이렇게 짠하게 고생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마음이 좀 아프더라."




미국, 프랑스를 거쳐 인도에 정착해 살면서 우리 가족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그리고 호비와 호지가 학교 생활 속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적다 보니 책에는 (부모님이 보시기에) 안타까울만한 이야기들이 좀 있었나 보다. 정작 우리 가족은 다 잊었거나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할만한 내용들이었지만, 뒤늦게 이러저러한 사정을 활자화된 글로 접한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짠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좀 드라마틱한 내용 위주로 넣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거예요. 저희 가족 잘 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며칠 전에 네 동생도 내려왔길래 네 책 한 권 줬다. 단숨에 읽고는 전화 걸었더라."

"아. 그래요? 뭐라고 하던가요?"

"딱 한마디 하더라. '오빠는 우리 가족에게 축복인 거 같애'"


가슴 한복판에서 따뜻한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었다. 


자매도 아닌 남매 사이... 그나마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시골을 떠나면서 같이 얼굴 마주 보고 지낸 시간보다 떨어져서 지낸 시간이 더 많아서 데면데면하다고 생각해왔던 여동생... 부모님을 한국에 남겨두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아들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오빠 입장에서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그런 내가 이렇게 과분한 칭찬을 받다니...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내가 책은 고사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내, 호비와 호지 그리고 출판사 직원들 뿐이었다. 출판사 사장님의 성화에 못 이겨 민망함을 간신히 이겨내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친구들 카톡방에 쭈뼛쭈뼛 내 책을 소개하고 나니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친구 1: 우와.. 너 등단한 거야? 

나 : 워워워... 그건 순수문학 하시는 분들한테 사용되는 용어야.. 나한테는 너무 과분해.

친구 1: 알았어. 네가 우리들에게 보내는 '조금은 긴 편지'라고 생각하고 찬찬히 읽어볼게..

나 : (마음속으로) 대학 때부터 항상 사려 깊더니 그 성품은 여전하구나.. 고마워..


친구 2 : 나는 네 인생에 관심 없는데..ㅋㅋ 울 와이프가 읽고 싶다고 해서 주문했다. (인터넷 주문한 화면 캡처를 인증했다..)


친구 3: 에휴.. 탈고하느라 힘들었겠다. 보람찬 일 축하해..


친구 4: ㅎㅎ. 너는 참 쉼 없이 사는구나..


친구 5: 당장 주문한다! 우리 딸들도 왠지 외국에서 살 팔자 같아서 남의 일 같지 않다.. 도움 많이 될 거 같아..


친구 6: 재미있게 사네.. 멋지다..




며칠 전에 출판사에서 국제우편으로 책을 보내주셨다. 책의 주인공들인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나 : 내 책 어때? 읽어 볼래?

호지 : 우와 멋지다. 읽어봐야지.

아내 :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좀 부끄러울 거 같애.. 못 읽겠어. 

* 아내는 지금까지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을 단 한편도 읽지 않았다. 내가 쓴 책도 아직 안 읽었다. 아마도 영원히 안 읽을거 같다..ㅠㅠ

나 : (아무 말도 안 하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호비에게) 아빠 책 나왔어? 읽어볼래? 

호비 : ... (듣는 둥 마는 둥 핸드폰만 보고 있다)


역시... 쿨하다 못해 무뚝뚝한 우리 첫째 딸. 아빠 책보다는 유튜브가 더 좋은가 보다. 


에휴... 독자 한 명 확보하는 게 이리 힘들어서야 어디.... 도무지 두 번째 책 쓸 엄두가 안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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