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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Feb 19. 2022

단톡방에 이런 '꼰대' 꼭 한 명씩 있다.

단톡방 탈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만드는 단톡방 '빌런'들의 유형...

1. 업무시간 끝났는데 업무 지시하는 '단톡방 빌런'


단톡방에 존재하는 가장 대표적인 '빌런'이라면 업무시간이 다 끝났는데도 업무지시를 내리는 직장상사일 것이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카톡' 소리가 울려서 단톡방을 확인했더니, 직장상사의 업무지시가 도착해 있었던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 나의 몸은 퇴근했지만, 나의 정신과 영혼을 아직도 직장상사가 붙잡고 놔주지 않은 것이다. 이쯤이면 성인군자가 아니라 예수님, 부처님이라도 육두문자가 단전으로부터 쭈욱 솟구쳐 올라오게 된다.


2. 정치 이야기 올리는 사람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다 보니, 단톡방에 정치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필자가 속한 단톡방에서도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OOO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걸 보니 이제 좀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게 생겼네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단톡방에서는 정치 관련 언급은 하지 말아 달라"라고 점잖게 한마디 듣는 일이 있었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는 카톡 메시지를 받고서도 OOO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올렸던 그 사람은 끝끝내 자신의 메시지를 지우지 않았다.


3. 새벽마다 주요 뉴스 꼬박꼬박 올리는 사람


새벽마다 주요 뉴스기사 스크랩을 꼬박꼬박 올리는 사람도 꼭 한두 명씩 있다. 정치 이야기를 올려서 단톡방을 들쑤시는 사람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한다. 아침에 네이버나 다음의 뉴스 섹션을 이리저리 뒤질 필요 없이 그날에 필요한 정치, 경제 뉴스를 요약해서 보내주니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4. (한 박자 늦는 또는 정확성을 알 수 없는) 각종 '카더라 통신'을 올리는 사람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이와 관련된 자칭 '고급 정보'를 올리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그 전에는 인터넷에 퍼지는 각종 루머를 (대개의 경우 속칭 '증권가 찌라시'로부터) 기가 막히게 입수해서 올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코로나 예방법, 코로나 극복법을 포함해서, '언제 언제 정부에서 감염병 의사들 불러 모아서 비밀회의를 했는데, 거기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또는 '제약회사 사장들이 정부에 불려 들어가서 이러저런 의견을 냈는데 그 요약본이다'라는 내용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믿을 수도 없고, 안 믿기에도 찝찝한 이러한 카더라 통신... 참으로 애매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5. 기도로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종교를 가진 사람들, 특히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속한 단톡방에 새벽마다 성경구절, QT 문장, 중보기도문 올리는 사람 꼭 한 명씩 있을 것이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소속된 단톡방도 많아서 새벽시간마다 속회 모임, 여전도회, 교회 합창단, 여자 권사 모임, 교회학교 교사 모임 등등 여러 단톡방에서 동시다발로 '카톡'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자기 혼자서 '기도로 새벽을 깨우리라'를 실천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새벽도 카톡 메시지로 깨워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피곤한 날일수록 이러한 고마움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새벽마다 메세지를 넣어 주시는 목사님 사모님께 미안하기도 해서 뭐라도 한마디 적기는 적어야 할거 같긴 한데 딱히 떠오르는 말은 없으니 그저 영혼없는 두 글자를 적을 수 밖에...


"아멘"


6.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글 올리는 사람


최근 들어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가장 많이 사라진 부류도 있는데, 바로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경우 남자들로만 구성된 단톡방에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 있곤 했는데,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르는 야한 짤이나 성적인 농담을 자주 올리곤 했었다.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거의 다 사라졌지만, 오랜 세월을 같이해온 초등, 중, 고등학교 동창들의 단톡방에는 이런 친구들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꼭 한 명씩 남아 있다.


7. 자기 자랑 하는 사람


총동문회 단톡방과 같이 회원수가 많은 단톡방을 득표 활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선후배가 한두 명은 있을 것이다. 자기가 무슨무슨 시민단체에서 선정하는 '2021년 우수 시의원'에 선정되었다는 둥, 자기가 추진했던 무슨무슨 지역의 교량 신축 예산을 드디어 확보했다는 둥...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말이다. 에휴, 어쩌겠나... 그들도 얼마나 절실하면 단톡방에까지 그런 메시지를 올렸을까...라고 너그럽게 이해해야지...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메시지를 올리는 '단톡방 꼰대'들은 대개의 경우 '아재'인 경우가 많다. 단톡방에 자기와 연배가 비슷하거나 나이 어린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부담 없이, 자기 맘대로 메시지를 날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기 싫어도 그 단톡 메시지를 봐야만 하는 부하직원, 젊은 후배, OOO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 등등은 그런 문자 공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다. 앞에서 열거한 7가지 종류의 사람들 때문에 대부분의 단톡방은 바로 여덟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8. 침묵하거나 어색하게 한 가지 이모티콘(문장)만 계속 올리는 사람


정치 이야기, 코로나 관련 '카더라 통신', 새벽을 깨우는 기도문이 수시로 올라오는 단톡방에서 딱히 뭐라 답장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굳이 '이런 메시지 올리지 마라'라고 이야기하기도 불편한 사람들은 대부분 (1) 침묵하거나 (2) 단톡방 빌런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짧은 메시지 (예 : 옙, 넵, 네, 네네...)를 기계적으로 올리거나  또는 (3) 한가지 이모티콘만 계속 올린다. 기쁜 일에도 슬픈 일에도 항상 같은 모양의 이모티콘을 기계적으로 올린다. 한 마디로 메시지에 관심 없으니 제발 입 다물어 달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톡방 빌런은 그런 숨은 뜻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문자 공해를 유발한다.


다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도 위의 경우중 최소한 한 두 가지에는 해당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뜨끔하다. 결국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 현실 세계에서는 물론이고 단톡방에서도 영락없는 '아재'인가 보다.


p/s. 다른 가족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 가족의 경우 가족 단톡방 대화는 한결같은 유형이다. 엄마와 아빠는 이것해라 저것해라 잔소리 하고, 애들은 일관되게 묵묵부답이다. 아침에 가족단톡방에 보내놓은 메시지를 오후 늦게서야 느즈막히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얼굴을 보면서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하면 '잔소리 하지마'라며 귀를 막아버리고, 가족 단톡방에 글로 써서 올리면 읽지 않고 무시해버리니... 하아.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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