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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Apr 26. 2023

외국인에게 제발 이런 선물 건네지 마세요...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선물도 있어요..

해외주재원으로 오래 생활하다 보면 한국에서 오는 출장단들을 현지인들에게 소개해 주거나 또는 그 만남의 장소에 배석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본사에서 온 출장단이 대부분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관계사나 고객사에서 물어물어 인도에 거주하는 주재원을 찾아서는 "인도의 어느 어느 정부 부처와 면담을 주선해 달라... 면담에 배석해 달라"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이러저런 사업 관련 이야기가 오고 가고 난 후 헤어지기 전에 기념품을 전달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지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한 선물을 한국 출장자들이 전달하려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필자가 실제로 경험한 일을 한번 살펴보자면...


(1) 인도에 출장 오면서 훈민정음이 새겨진 예쁜 숟가락과 젓가락 세트를 들고 온 출장자가 있었다. 부부가 같이 쓰라고 두 개의 숟가락과 젓가락이 예쁘게 담겨 있는 선물이었다. 그 선물을 들고 온 출장자의 입장에서는 부부가 쓸 수 있는 숟가락 젓가락 세트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인도처럼 가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나라에 출장을 간다고 했으니 '옳다쿠나'라며 냉큼 집어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이 놓친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아직도 인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손을 깨끗이 씻고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다는 사실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마음이 너그럽다면야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속 좁은 옹생원이라면 "손으로 음식을 먹는 우리 인도의 문화를 어떻게 보고 이런 선물을 주는 거지? 우리 문화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위 이미지는 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져온 이미지입니다..ㅠㅠ


(2) 지금은 좀 사라진 듯한데, 한때는 하회탈을 모티브로 한 열쇠고리나 책갈피 꽂이 심지어 하회탈 자체를 선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도 주술적 또는 미신적 분위기가 많이 남아 있는 인도나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그야말로 처치 곤란한 선물이다.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는 문화마다 국가마다 너무나도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탈(mask)이 해학과 웃음을 주는 의미로 사용되는 나라도 많지만 그렇지 않고 저주와 악귀를 상징하는 나라도 많으니 피해야 할 선물 중 하나라 하겠다.

하회탈이 가진 해학과 풍자의 정신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인이 이런 탈을 선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놀랍고 무서울까? ㅠㅠ


위에서 설명한 두 개의 사례는 선물을 받는 입장보다는 선물을 주는 입장만을 고려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때로는 국뽕에 한껏 취해서, 때로는 '한국의 미'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화르륵 불타 올라서, 아니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여!!"라는 믿음 때문에 너무 심하게 한국적인 것을 준비한 그런 사례말이다. 어차피 내 손을 떠나는 그 순간 선물을 받는 사람의 물건이 되어버리는 것이 선물이라는 물건이 갖는 특징 아니겠는가? 받는 사람의 입장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런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3) 그렇다면 어떤 선물을 추천할만할까?


때로는 선물을 받는 남편(또는 아빠, 또는 아들) 보다는 그의 부인(또는 엄마, 또는 딸)을 염두에 두고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한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너무 비싸지 않은 한국산 기초 화장품, 마스크팩 등도 인도는 물론 여러 나라의 여성들에게서 엄청나게 환영을 받는다. K-뷰티의 힘이다. 혹시라도 선물 받는 사람의 자녀가 K-pop 팬이라면 몇만 원 안 되는 작은 '굿즈'라도 준비해서 전달하면 분위기는 당연히 좋아진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자그마한 홍삼(요새는 개별 포장되어 먹기 편한 상품도 많다)도 인도 사람들이 좋아한다. 워낙에 다양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다 보니 홍삼을 조금 덜어 넣고 꿀을 넣어서 따뜻하게 마시면 좋다고 설명해 주면 된다.


너무 비싸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너무 싼 걸 건네줄 수도 없고, 너무 한국적인 걸 선물하자니 상대방에게 결례가 될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도저도 아닌 국적불명의 선물을 줄 수도 없고... 비즈니스 선물을 이래저래 고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주 잠깐만이라도 나 자신을 인도인으로 빙의해서 생각해 본다면 의외로 쉽게 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내가 받아도 기분 좋을 그런 선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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