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Jun 20. 2024

칸 영화제 수상감독에게 인도 정부가 소송을 걸다(1)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감독이 인도정부와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 1] 깐느 영화제가 주목한 그 여자... 파얄 카파디아


지난 5월 말 프랑스 칸에서 폐막한 제77회 칸 영화제는 언론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주요 경쟁 부문에 우리나라 작품이 단 한 개도 초대받지 못해서다. 연예부 기자들은 뭐라도 해야 했으므로 칸 영화제에 참석했던 우리나라 아이돌과 몇몇 유색인종 연예인이 인종차별을 받은 거 같다는 기사를 복사해서 붙여넣기에 바빴다.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1등 상이라 할 수 있는 황금종려상(Palme d'Or)은 미국 숀 베이커(Sean Baker) 감독의 <아노라(Anora)>가 받았다. 2등 상이라 할 수 있는 그랑프리(Grand Prix, 심사위원대상)는 어느 영화가 차지했을까. 세계 영화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38세 인도 여성 감독이 만든 <빛으로 상상하는 모든 것(All we imagine as light)>이 그 영예를 차지했다.


'빛으로 상상하는 모든것'은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상을 수상했다 (사진 : 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2] 현대 인도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실을 잔잔히 따라가다


<빛으로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 중부의 마하라슈트라 주도(州都)이자 서남아 최대 도시인 뭄바이에 사는 여성 3명이 겪은 일상의 이야기를 서정시처럼 잔잔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현지에서는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노라와 막판까지 불꽃 튀는 경쟁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슬림 청년과의 금지된 사랑에 빠진 힌두교 여성, 독일로 돈을 벌러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외로운 여성, 남편을 사별한 채 외로이 살아가는 여성까지 영화의 세 등장인물의 상황은 오늘날 인도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처한 모순과 비극을 그대로 보여준다.

 

감독인 파얄 카파디아(Payal Kapadia)는 자신의 할머니가 병들었을 때 간호하러 온 젊은 간호사에게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의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잘 사는 도시이다 보니 뭄바이에는 인도 각지에서 젊은 인구가 몰려든다. 그 간호사도 이런 이주 노동자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파얄 카파디아는 상류층과 극빈층이 뒤섞여 살아가는 혼란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뭄바이를 배경으로 현대 인도 여성들이 겪는 종교적·경제적 그리고 성(性)적인 갈등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 3] 국제 무대에서 인도 영화가 남긴 발자취...


1994년 인도 영화 거장인 샤지 카룬(Shaji Karun) 감독이 스와함(Swaham)이라는 영화로 경쟁 부문에 초대된 지 꼬박 30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초대되었다가 그랑프리상까지 받게 된 파얄 카파디아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의 내용은 서정적이다 못해 살짝 우울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시상식이 열리던 날 감독과 세 명의 여배우는 인도 특유의 흥과 유쾌함을 숨김없이 뽐냈다. 그랑프리 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수상 소감에서 파얄 카파디아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을 바라보며 “우리 영화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다음번 인도 영화는 30년씩이나 기다렸다가 초대하지는 말아달라(Don't wait 30 years to have another film)" 라며 애교스러운 불평도 잊지 않았다.


파얄 카파디아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레드카펫 위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사진 : AFP)


그러고 보니 2023년 3월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인도 영화가 이변을 만들었다. 라자몰리(S. S. Rajamouli) 감독이 만든 <RRR>이라는 영화의 주제가로 나온 '나투나투(Naatu Naatu)'가 아시아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을 받은 것이다. <RRR>은 1920년대에 영국의 식민 지배에 맞서 싸운 인도 남부의 독립 영웅 2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3시간이 넘는 긴 영화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과 화려한 군무 장면이 인도는 물론 서양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달 전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나투나투'가 주제가상을 받을 때만 해도 흥겨운 인도 음악이 어쩌다 운 좋게 주제가상을 받은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시 한번 기염을 토하자 인도 영화와 인도 음악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시아 영화로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처음으로 받은 RRR (출처 : Tollywood.net)


///


* 칸 영화제 수상감독에게 인도 정부가 소송을 걸다(2)(https://brunch.co.kr/@hobiehojiedaddy/233)으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이 인도를 서서히 잠식해 가는 방법..(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