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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Oct 28. 2021

어쩌다 코로나 시대에 인도에 살고 있습니다...

코앞으로 다시 다가온 축제 기간을 앞두고...

2021년 5월말...


인도의 1일 확진자수가 4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숫자를 연달아 갱신하고 있던 바로 그 시기... 회사 내 교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소 인원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전원 재택근무를 이어간 지 몇 주가 흐른 5월 말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화상회의를 시작했는데, 여직원 한 명의 얼굴이 화면으로 보기에도 꽤나 안 좋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회의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회의실의 빠져나가자 그녀가 입을 떼었다.


“보스... 제 남편과 시어머니가 코로나에 확진되었습니다”     


자기가 확진되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이내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도 인도 대부분의 가정은 우리가 과거에 즐겨보던 ‘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와 같은 드라마처럼 2대, 3대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거주형태를 갖고 있다. 시어머니는 물론 같은 방을 쓰는 남편까지 확진되었는데, 본인이 감염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산업 전문가가 필요해서 몇 주간 사람을 물색해서 2021년 3월 간신히 쓸만한 직원을 찾았다고 기뻐하던 것도 잠시... 채용 결정과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확진자 때문에 그녀는 입사를 위한 인터뷰와 고용계약서 작성을 위해 사무실을 딱 두 번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와 만나지도 못했다. 그 이후로는 전화, 이메일, 왓츠앱(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유사한 앱), 그리고 화상회의를 통해서만 나와 소통하고 있는 터였다.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확진 사실을 털어놓으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서 남편과 시어머니의 확진 사실만 나에게 이야기하면서 나의 반응을 탐색해보는 것일 수도 있었다.


화를 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그녀를 비난할 일도 아니었다. 매일매일 서초구 인구만큼의 확진자가 나오는 무서운 확산세 속에서 희생당한 운 없는 환자, 그녀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두 분의 쾌유를 기원한다. 본인의 감염 가능성도 있으니 빨리 검사받아보고 결과를 알려 달라.’라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줬더니 꽤나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날 퇴근 시간이 되기도 전에 왓츠앱 메시지가 도착했다. 자신도 확진되었단다.




2021년 1월 중순에 시작된 인도의 백신 접종 속도는 너무나도 느렸고 4월 말이 되도록 접종 완료율은 2%를 넘지 못했다. 14억 명의 거대 인구가 21세기인 대도시와 17세기인 가난한 농촌지역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나라이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다. 나와 내 아내는 45세 이상을 고령자로 취급하는 인도의 관대한(?) 노인 정책 덕분에 그나마 5월 중에 접종을 완료할 수 있었지만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현지 직원들이 걱정이었다.


사무실의 행정을 총괄하는 직원으로 나이도  있고, 카스트 계급도 브라만인 직원을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도움이 되었다. 내가 이야기할 때는 듣는  마는  하던 사무실 직원들이 행정총괄 직원이 나서서 제법 단호한 힌디어로 지시를 하자 다들 알아듣는 눈치였다. 우리 돈으로는    수준에 불과한 접종 비용, 하지만 인도인들에게는 제법  돈이   있는  돈을 전액 회사에서 부담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자신의 확진 사실을 알렸던 그 여직원에게도 잊지 말고 예방접종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어차피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번 코로나에 걸린 것이 완전한 항체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느리기만 한 백신 수급 상황에 결국 인도 정부는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늘리는 고육지책을 썼고, 사무실 직원 전원이 2차 접종을 완료한 것은 9월이나 되어서였다.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백신 제조회사가 소재한 곳이 인도이다. Serum Institute of India라는 이름의  회사는 영국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곳으로, 2021 10 현재   생산능력이 2천만 도스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인도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되던 시점, 원재료 수급 문제, 각종 생산단계의 문제가 겹치면서   생산량이 몇만 도스 수준에 그쳤다.


애타게 백신을 기다리던 인도 정부, 인도 언론들은 애꿎은 제약회사 사장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인도 텔레비전에 등장해서 생산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해를 호소하던 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으로 도피하기에 이르렀다. 자기 병원과 자기네 지역구에 먼저 백신을 공급해달라는 의료인들과 유력 정치인들의 청탁이 살해 협박으로까지 변질되자 인도를 잠시 떠나 있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도의 접종 속도가 본 궤도를 찾은 것은 2021년 여름이 지나면서였다. 역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21년 10월 21일, 인도 정부는 총 10억 번째 접종이 실시되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차 접종자라도 늘리기 위해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한 인도 정부의 결정 때문에 총 10억 회나 접종이 진행되었지만 접종 완료 비율은 전체 인구 중 20%를 간신히 넘어서는 상황이다.


2021 여름을 전후하여 인도 국민 중에서 얼마나 항체가 형성되었는지를 조사한 다양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들 발표를 종합해보면 대략 인도인 10  7 가량은 코로나 항체를 이미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접종 완료율이 20% 간신히 넘어서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접종이 아닌 감염을 통해 항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항체 보유율이 70% 추산된다는 , 한때 40 명에 달하던 1 확진자수가 이제 2  수준으로 떨어진  등을 놓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이 많은 듯하다. 이제 인도는 집단 면역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는 반면, 아직도 감염이 가능한 인구가 4 명이나 대기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해석도 있다.




각종 방역조치에 지치고 생활고에 시달린 인도인들은 이제 마스크 없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과 농민들은 뜨거운 인도의 태양 아래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진 지 이미 오래전이다. 다른 나라는 ‘위드 코로나’로 갈지 안 갈지 토론이라도 하고 의견이라도 모으는 눈치인데, 인도에서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위드 코로나 시대가 저절로 도래한 듯하다. 14억 인구 중 이제 겨우 20%가 접종을 마무리한 상황. 아직도 10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2차 접종을 받아야 한다. 하루에 천만명씩에게 접종한다 해도 꼬박 100일이 걸리는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제 11월 초에는 인도의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가 다가오고 있다. 2021년 봄 홀리 축제와 쿰부멜라 축제 등 2개의 축제가 연달아 열린 후 4월과 5월에 1일 확진자 수 40만 명을 기록한 바가 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11월 초의 축제 기간 중 과거의 폭증이 다시 되풀이될지 아니면 일부의 관측대로 인도의 집단면역이 그 힘을 발휘해서 추가적인 확산세 없이 무사히 겨울을 넘길지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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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Eduardo Casajus Gorostiaga on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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