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작품이 될 때>를 읽고...
<태도가 작품이 될 때>는 미술에 대한 책이었지만, 우연히 서점에서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HR담당자로서 일을 하면서 나는 어떤 태도로 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떠올라 책을 바로 구매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태도로 삶을 살고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회화나 조각 작품이 아닌 비물질적이고, 언어가 중심이 되거나,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이나 영상을 미술 작품으로 소개가 됩니다. 그리고 그 작품을 만든 작가들은 '특별한 경험'을 했거나,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책에 나온 두 가지 작가를 소개해드리고자 하는데, 먼저 바이런 킴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한국인 학생이 강도를 당해 재판에 나가 증언을 하게 된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강도가 흑인이었다는 작가의 증언에 용의자 측 변호사는 "어떤 피부색의 흑인이었나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흑인이라는 표현이 이미 특정한 피부색이라고 생각했던 작가에게 변호사는 흑인도 커피 갈색, 옅은 갈색, 진한 검은색 등 피부색이 다양하다고 말하면서 '그냥 흑인'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순간의 경험을 통해 작가는 사람의 피부색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잊고 있던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피부색에 대해서 편견이 있었던 것을 알아차린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후에 작가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모델로 삼아 작가가 재현해낸 그들의 피부색을 하나의 캔버스에 담고, 그 캔버스를 전시장 벽에 모두 붙여두어 <제유법>이라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제유법은 부분으로 전체를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바이런 킴이 이 말을 제목으로 쓴 데에는, 피부색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모두 다른 피부색의 개인들이 각각 중심이 되어 한 사회를 구성한다는 관계적 차원의 의미를 함축한다고 볼 수 있다. - p.26
바이런 김, <제유법> (출처 : [문화 현장] 관계의 제유법 / 박보나)
그리고 다음으로는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라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작가는 그의 연인 '로스'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로스는 투병 끝에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그 이별을 작품으로 그려냅니다. <"무제"(L.A에서 로스의 초상)>이라는 작품은 로스가 건강했을 때의 몸무게만큼의 사탕을 갤러리에 쌓아놓고 관객이 원하면 가져갈 수 있도록 설치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뒤에 작가가 동성애자임을 밝힙니다. 앞서서는 연인이라고 말했기에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면서 앞서 바이런 킴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곤잘레스 토레스의 동성애자 정체성은 작품에 정치적인 의미를 더한다. 이들 사랑에 대한 공감은 동성애 관계에 대한 이해의 거리를 좁히고, 이들이 받아 온 차별과 소회를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이들이 동성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앞에서 느꼈던 공감과 감동이 부정되는가? 로스를 향한 곤잘레스 토레스의 시린 그리움 앞에서 이들의 사랑이 이성 간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래서 이 연인들이 차별받고 배척당하는 게 정당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 p81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무제>(출처 : [문화 현장] 곤잘레스-토레스와 로스 / 박보나)
위의 두 가지 작가의 경험과 삶, 그리고 작품을 보면서 그들의 경험과 삶은 태도들 만들었고, 그 태도가 결국 남들과는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태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태도(명사)
1. 몸의 동작이나 몸을 가누는 모양새.
2.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
3.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에 대해 취하는 입장.
[네이버 사회학 사전] 중
태도는 "정신적, 신경적 준비상태로서 경험을 통하여 준비되고 서로 관계된 모든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에 직접적, 혹은 역동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 올포트(Allport)
책에서 말하고 있는 '태도'는 사회학 사전에서 나오는 의미와 가장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온 작가의 경험과 삶에 대한 부분은 일부분만 나와있지만, 항상 일관적인 태도로 살아갔으리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작가는 아니지만,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하루하루의 경험과 태도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끔 제 스스로 아쉬운 결과물이 나올 때면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 또는 지원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제가 만들었던 결과물들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 결과물들은 나의 어떤 태도가 만들었을까를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짧게는 하루부터 길게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 받아들이고, 대응하고 있는지를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직업인으로서는 일과 회사, 사람,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 저는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고 반응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올바른 방향인지 다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결국 작은 반응들이 쌓이고 쌓여 일적으로도, 개인적인 삶적으로도 올바른 영향력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글의 마무리로 책 '저자의 말'에 나오는 작가의 글을 남깁니다.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한편 이 글 제목에 빈 괄호를 넣은 이유는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세상과 글과 작품을 해석할 여지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작가들처럼 관습적 질서를 거부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이 괄호 안에는 모든 것이 들어갈 수 있고, 어떤 것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유연하게 그 시작과 끝을 열고 닫을 수 있다. 그래서 괄호 안에는 형식이나 작품도 들어갈 수 있고, 목소리가 들어갈 수도 있고, 새나 바다 혹은 불빛이 들어갈 수도 있다. KM-53도 들어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가 들어갈 수 있다. 태도는 많은 것을 결정한다. p.8
Cover Photo by Jordan Sterank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