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겨 겨우 읽은 책이다. 깊이가 다른 저자와 역자의 수준이 남달랐다. 비교적 얇은 하드카피 속 문장들은 너무 어려웠지만, 가슴을 설레게하는 명문들이었다. 한 부분을 공유한다.
‘우리는 이 공간, 우리 신경들의 연결 속 기억의 흔적들에 의해 펼쳐진 초원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우리는 추억이다.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갈망이다. 기억과 예측을 통해 이런 식으로 펼쳐진 공간이 시간이다. 때로는 고뇌의 근원이지만, 결국은 엄청난 선물이다.
끝없는 결합의 놀이가 우리에게 귀한 기적을 열어주고, 우리를 존재하게 해 준다. 우리는 지금 웃을 수 있다. 시간 속에 고요히 스며들어 있은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 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우리 존재의 짧은 주기의 소중한 순간을 강렬하게 음미하면서.’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