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액, 저축기간, 수익률 3요소 모두 불안하다.
지난 글 (우리는 이정도면 부자라고 하자)에서 우리 커플의 부자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했다. '일년에 한 두달은 외국 마을에서 살기'를 실행할 수 있는 재정적 수준이면 족하다. 이정도가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적 자유이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우리는 한달에 200~250만원 정도면 굶어죽지 않겠다 싶었고 순자산 10억을 모으면 투자 수익률로 이 정도 생활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대략적인 계산으로 500만원씩 12년간 수익률 4%로 복리효과를 누렸을 때 가능했다. 얼핏 그럴 듯 하고 실현 가능해보였다. 근데 정말 묵묵히 이 계산대로 저축, 투자를 해 나가면 될까?
이 대략적인 계산과 경제적 자유 달성을 위한 전략은 여러가지 불안요소를 품고 있다. 500만원씩, 12년간, 수익률 4%, 세 요소 모두에서. 먼저 월 저축액을 보자. 매달 500만원씩 저축을 한다. 월 소득이 어느정도 돼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략 자체의 범용성이 매우 떨어진다.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한들 둘 중 하나가 일을 그만 둔다든지, 회사에서 짤린다면? 인생의 불확실성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 본인의 인생 목표와 이를 위한 계획치고는 외부 요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물론 직접 실행해보면서 수정해 나갈 예정인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전염병 때문에 경제가 휘청거리는 일이 생겨 목표에서 크게 벗어났을 때 운이 없었다고 일축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다음으로 저축 기간. 이 계획대로 살아갈 모습을 상상해봤다. 필수적인 생활비를 제외하고 저축을 하는 셈이다. 소정의 용돈이 주어지긴 하지만 삶의 유격이 너무 적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생활을 10여년 해 나가야 한다. 짧으면 살아온 기간의 1/3, 길면 절반에 가까운 시간 동안이라니. 못할 건 없지만 자신이 없다. 안그래도 힘든데 수익률도 시원찮거나 마이너스가 나서 정신적으로 무너질까 두렵다. 한편 2017년 2월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3년간 적금 중도해약률은 40% 근처다 [1]. 1~2년 모으는 적금도 사정이 이렇다. 헌데 12년 동안 꼬박꼬박 500만원씩 저축한다고? 12년 동안 목돈 필요한 일이 생기지 않을 리가 없다. 십 년이 넘는 세월은 아무차질 없이 계획대로 흘러 가기엔 너무 길다.
마지막으로 수익률 4%.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연 수익률 4%가 목표라고 이야기 한다면 코웃음치고 가르치려 들 것이다. 하루에도 4% 이상 수익을 올리는 건 일상이기 때문이다. 푼돈으로나마 4년여 주식 투자를 해보고 느낀 점이 있다. 수익을 냈다고 승리감에 취하고 자신감이 넘쳐 흐를 때 쯤 시장은 우리가 겸손해지도록 한수 가르친다. 4%는 내가 전업 투자자가 아닌 만큼 겸손한 자세로 잡은 수익률이다. 더군다나 십 여년을 꾸준히 달성해야 하는 수익률이고 원금 손실이 이 계획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나름대로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에도 문제는 있다. 앞선 두 요소 (저축액, 저축 기간)는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긴 해도 내 의지와 더 밀접했다. 수익률은 다르다. 내가 마음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해도 결국 진인사대천명인 것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 수익률 4%는 겨우겨우 물가를 따라잡는 수준에 불과하다. 위의 계산처럼 투자 수익으로 생활비를 쓰겠다고 한다면 매년 8% 수익률이 필요한 셈이다.)
저축을 하고 투자를 하는 것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 십여 년 동안 저축을 하는 것도, 투자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도 어렵다. 목표를 나름대로 소박하게 낮췄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벌써 좌절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웠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문제 상황들이 우리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 고민과 생각들의 깊이만큼, 이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철학과 우리 삶의 지도는 훌륭할 것이다. 기대를 안고 계속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보자.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였다면 애초에 목표 설정부터 잘못한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