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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Jul 23. 2023

1. MBA 절대 하지 말라고?

MBA 선배님의 조언

MBA를 지원하기 앞서, 이 학위의 ROI가 얼마일지 생각해 보았다. 한 마디로, 본전을 뽑는 걸 넘어서 그 이상의 가치가 얼마나 되냐는 거다. 얻는 것보다 소비되는 에너지가 크다면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조언을 구할만한 사람이 없을까 물색하다가, 마침 내 매니저가 MBA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는 몇 년 전 아마존을 잠시 그만두고, 서부의 명문대에서 MBA코스를 밟은 뒤 다시 복귀했다.


Emolument 기사에서 발췌한 세계 MBA 대학들의 ROI. 학비가 저렴할 수록 유리한 면도 있다.

아마존에서는 매니저와 직원 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는데, 그중 하나로 경력개발계획(Career development plan) 미팅이 있다. 보통 월간으로 하는 이 미팅에선 내가 1년 후, 3년 후, 5년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걸 위해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지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한 개인이 이 작은 팀에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보아 본인의 사기나 미래를 위해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걸 성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 매니저는 개인의 커리어적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도와준다. (물론 어디나 예외인 매니저들은 있다.)


그 미팅은 조언을 구하기에 알맞은 자리였다. 사실 매니저에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온라인 학습이라고 하지만, 업무와 병행하려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내 업무 집중도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걱정도 잠시, 내가 MBA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너무 좋은 생각이고 나에게 엄청난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그리고 절대로 후회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오히려 나보다 그가 더 들떠보일 정도였다. 그의 조언에 따르면, 승진이나 연봉 인상과 같은 측정 가능한 ROI를 떠나서, 자칫 안주하며 좁아질 수 있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 다양한 의견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했다.


내심 조금 말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비대면 학습? 그거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MBA는 인맥 만들려고 하는 건데, 온라인으로 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와 같은 댓글(나에겐 악플이었다.)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본 터라, 이상하게도 나의 학문적 욕구보다 외적 시선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어디에나 남의 노력을 쉽게 말하는 사람은 있다. 두려우니까. 함께 고여있고 싶으니까.

이력서의 한 줄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를 위한, 내 삶을 위한 선택이다.


내 매니저의 조언도 비슷했다. 만일 나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면, MBA 절대 하지 말라고. 비대면/대면과 관계없이, 심도 깊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힘든 여정이니, 개인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쭙잖게 시작하지 말라고 했다.


목표는 분명하다. 난 더 나은 PM이 되고 싶고,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다. 나중에 사업을 하게 된다면, 내 사업에 피와 살이 될 지식을 얻고 싶다. 내 삶에 공부가 이렇게 간절했던 적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난 지금 '고인 물'이 된 것 같다.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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