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hi[홉히] 커피, 드셔 보셨어요?

제주의 가볼 만한 곳

by Hodo Lee
홉히 커피의 주력 메뉴 [아이스 디카페인 크림 커피] |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을만큼 맛있는 디카페 커피 입니다.


아쉽게도 커피는 내 기호식품 목록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내가 카페인 민감성 체질이기 때문이다. 대충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 그날은 쿵쾅대는 심장 때문에 새벽 세 시까지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국가에서 허락한(?) 몇 안 되는 도락거리인데 좀 아쉽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말 그대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과의 만남부터 시작해 수 없이 많은 커피와의 대면을 모두 피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커피세계에는 나도 몰래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다. 이리저리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방문하게 되는 곳이 바로 카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카페에 기타 음료메뉴가 많아도 압도적인 커피공세에 늘 딸기라떼나 미숫가루를 선택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고육지책이 바로 decafe 커피. 내게 심장떨림을 주는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를 즐기는 것이다.


디카페인 커피라고 하면 분명 누군가는 팥앙금 빠진 붕어빵, 흑설탕 빠진 호떡 아닌가!?라고 생각 하시겠지만, 생각해 보세요. 수요가 꽤 있으니까 당당히 메뉴판에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전 실제로 팥앙금 빠진 붕어빵은 꽤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설탕 빠진 호떡은 좀 자신 없지만서도.


소박한 제주돌담의 홉히 전경


제주도, 제주공항 근처에 Hophi라는 카페가 있다. 본래는 서귀포 중문 근처에서 시작한 아주 작은 규모의 커피 전문점이라고 했는데, 내가 중문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는 가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친구 하나가 거긴 디카페인 커피가 유명하니까 한 번쯤 가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해 왔다. 헌데 그것이 대부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만큼 강력하게 느껴져 '어디 그렇다면 한 번 가보지 뭐.'가 되었다. 그렇게 홉히에 첫걸음을 옮긴 것이 대충 2024년이었나? 그리고 홉히는 내가 아주 즐겁게 커피를 마시는 몇 안 되는 장소가 되었다.


Hophi의 입구를 보면 로고 아래에 아예 decafe라는 문구가 박혀있다. 이 정도면 이미 훌륭하다. 붕어빵이 아니고 팥 없는 붕어빵 집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시작하면 들어서는 사람도 어허 이것 참 당돌(?)하시군요! 라며 호감도가 올라간다.

20251213_L1008356.jpg 일단 하는 선언. 우린 디카페인좀 다룹니다.


매장 1층에 들어서면 커피머신들이 자리를 다 차지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손님이 앉을자리는 복도에 꿔다 놓은 무엇마냥 멋쩍게 몇 자리 있는데, 평소에는 여기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왜냐하면 커피를 주문받고 내리는 2층 본매장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테이블들이 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벽을 따라 긴 벤치 형태의 나무 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그 의자 중간중간 테이블 대용 받침대가 놓여있다. 그리고 커피 작업을 하는 커피바 앞에 손님용 테이블과 의자가 6개 있을 뿐이다.


20251213_L1008358.jpg 소박한 1층 좌석의 모습 | 주문과 픽업은 2층에서
제대로 된 의자는 이 여섯이 전부 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흐..흥! 우리는 테이크 아웃을 주 목표로 하니까!!! 자...자리는 잘 모르겠어!!"라는 느낌이다. 게다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거친(?) 미장센을 느끼고 있자면 "아유, 알겠어요 나가서 마실게용."하며 그들의 컨셉을 수용하게 되는 묘한 감각까지 생긴다. 세상에 이렇게 불편한데 이렇게 호의적으로 묘사하게 되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네? 이게 무슨 호의적 묘사냐구요? 아유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렇지, 아무튼 정말 멋진 곳이라구요.


크리스마스 인테리어가 이뻐요

이곳은 주 메뉴는 크림이 올라간 아이스 디카페인 커피 두 종류다. 하나는 프루티 다른 하나는 좀 더 볼드한 맛. 나는 무조건 프루티 한 맛만 먹어 아직까지도 두 번째 메뉴를 단 한 번도 마셔보지 않았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자니 다음번엔 꼭 두 번째 메뉴를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왜 프루티만 마셨냐고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제 기준에서 보자면 다른 곳에선 흔히 맛보기 힘든 정말 향기롭고 맛난 커피이기 때문이죠. 거의 커피에 대한 유아적 고정관념을 가장 강렬하게 부숴버린 커피였다고까지 감히 말할 정도로요.



따뜻한 커피 | 네, 여기 드립커피집이죠 :-)
차가운 커피는 어름 가득한 파이렉스로 고고싱
추출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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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제주 관광 가이드를 할 때 거의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이 커피를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이곳을 방문하는 편이다. 많은 지인들이 관광 가이드모드인 나에게 일부러 불평을 하지 않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같이 홉히에 가서 즐겁게 커피를 즐기지 않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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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주로 바람을 쐬러 가신다면, 가셨다면, 가실 거라면- 한 번쯤 홉히에 도전(?) 해 보세요. 웃음이 절로 나는 정말 맛있는 커피라구요.



*해안도로에 바로 인접해 있어 해안도로 공용 주차장을 사용하기 편합니다.

*정말 붐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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