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dohodo.com에서 hodolee.com으로
아주 오래전, 나는 hodohodo.com이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다. GNU 보드던가?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오픈소스 보드를 기반으로 한 홈페이지였는데 아직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없었던 시절, ‘나’를 중심으로 하는 조그만 사랑방 같은 커뮤니티 성격의 게시판으로 운영을 했었다. 내 일기 비슷한 수필과 카메라나 사진에 대한 이야기, 직접 촬영한 사진이 주를 이뤘고 모두를 위한 게시판엔 모두가 잡담을 끄적이는 그런 hometown 같은 사이트. 돌이켜 보니 그때는 훨씬 많은 사람들과 더 활발하게 교류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신기하게도, hodohodo.com의 도메인을 잃어버리고 홈페이지를 닫아버린 년도와 계기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나 또한 전 세계의 싸이월드인 페이스북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굳이 호스팅 비용과 도메인 등록비가 나가는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리고 나이를 좀(?) 먹은 후 이름을 두 번 부르는 너무나 깜찍하도록 귀여운 네이밍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hodohodo.com을 대체할 생각으로 hodolee.com이라는 내 영어이름 도메인을 사게 되었고, 그것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hodohodo.com이라는 도메인을 등록하지 않아 주소는 무주공산이 된 것 같다.
하지만 페이스북 같은 본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등장한 후엔 나도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주가 되었고 hodolee.com의 활동은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나는 홈페이지 운영에서 아예 손을 놓고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요 며칠 상간, 더 이상 hodohodo.com도, hodolee.com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문득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었다. 시대를 앞서갔던 hodohodo.com은 둘째 치더라도 내 이름 석자 hodolee.com까지 관리를 못해서 다른 사람(혹은 기관)이 사용하도록 내버려 두게 됐다니 무신경이 나를 너무 무색무취로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닌가?!라고.
사실 3년 전쯤 이미 hodohodo.com과 hodolee.com을 선점당해 버렸을 때 부랴부랴 hodolee.net을 사놓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라는 기분이었다. 네트워크의 기본은. com이지. 암 그렇고 말고.
그래서 약간 심통이 난 마음으로 도메인 등록 사이트에서 hodolee.com을 지금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찾아볼 요량으로 검색해 보았고, 어라? 지금 등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10년어치를 등록하게 되었다. 휴.
자 그럼 요즘처럼 일상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서비스가 주가 된 세상에서, 내 아이덴티티는 뭐가 남았을까? 역시 그저 작업뿐 아닐까?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선보일 수 있었던 작업과 앞으로 보여줄,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작업들만 조용히 업데이트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SNS에서 그런 것들을 보여주기엔 너무 휘발성이 강하니까- 하고, 작업자인 나를 대표하는 공간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마음.
그렇게 며칠 사이 뚝딱뚝딱 다시 hodolee.com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과거의 발표된 작업들만 등록했지만 앞으로는 넷상 에서라도 작업들을 좀 잘 정리해 보여드리게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 HODOLEE.COM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