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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Jul 29. 2019

이방인들의 도시

New York New York #9

42nd St, 8th Ave, Port Authority Bus Terminal  | HODO LEE


내가 뉴욕에 대해 '별 다를 게 없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고도로 발달된 메갈로폴리스에서의 삶은 사실상 여기나 저기나 비슷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 출생이고, 말할 것도 없이 서울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첨단 거대 도시이며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서의 삶과 뉴욕에서의 삶은 실제로 상당 부분 아주 비슷하다. 모든 것이 밀집되어 있고 불이 꺼지지 않는 중심가,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발견할 수 있는 여러 간편한 음식점들 그리고 24시간 편의점들. 폭발할 듯 많은 사람들이 몰리긴 해도 아무튼 시내 곳곳에 있는 식료품점들. 그 직접화된 시스템 안에서의 삶은 비슷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의 다른 도시들은 결코 이렇지 않다.


42nd St | HODO LEE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서울이 뉴욕보다 더 빠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유행에 훨씬 민감하고, 그 유행이 빨리 불타오르고 또 빨리 사그라든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로 대표되는 아주 좁은 면적의 도시형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류의 속도와 문화 전파의 속도 그리고 그것을 소화해버리는 사람들. 지역별 문화가 구분되긴 하지만 그 편차가 그리 크지 않은 점 등등을 보자면 서울이 얼마나 다이내믹한 장소이며 그 에너지가 뉴욕 이상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처음 뉴욕에 대해 어차피 다 '비슷한' 현대 도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불할 능력이 충분할 때엔 모든 것이 열려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도시


하지만 내가 미쳐 알아채지 못했던 큰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뉴욕이 서울에 비해 훨씬 많은 이방인 즉 외부인들로 이루어진 도시라는 것이다. 그 특징은 완전히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각각의 타운을 이루며 살고 있고, 그것이 고도로 잘 발달되어 서로 절대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 영역을 그런대로 지키며 산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0번, 34번 그리고 1번 구역에서 살았다.


토박이(Native)라는 개념은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저 뉴욕시티 보로에서 스태튼 아일랜드 지역만 약 70%의 토박이 비율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50% 및 그 이하의 토박이 비율을 보인다. 이것은 애초에 네이티브 뉴요커보다 외부에서 유입된 뉴요커가 굉장히 많다는 의미이며, 그들은 거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님에도 그곳에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욕이란 도시에는 서로 간에 대한 한 동네라는 유대감 대신 일종의 확실한 거리감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모두가 이방인"이라 풀어 말한다.


내가 첫 4년을 보낸 맨해튼 최북단 Inwood,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주로 거주한다


Inwood의 평화로운 낮시간


동양인,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Flushing 지역. 여기에 왜 갔는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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