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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Sep 05. 2021

뉴욕에서 전기 사기(?) 당하기

전기 사세요 전기! 친환경 전기!


Texture project, HODO LEE | outlet <-> frame


미국에서는 전기와 같은 생필품(?)도 민영화가 되어있다.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삶을 영위하기 시작하면 보통 해당 지역의 가장 큰 전기 공급사 (내 경우엔 뉴욕, ConEdison)와 계약을 하고 전기를 공급받으며 요금을 내게 된다. 나는 뭇사람들처럼 뉴욕에서 첫 전기 계약을 콘 에디슨과 맺었고 그 후 2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그들과 건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는 뉴욕에서의 내 2년 차가 끝나갈 무렵, 대체 왜 그랬나 싶지만 난 이미 대낮에 거하게 취해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나에게 놀라운(여러 의미로) 손님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당신 집의 전기 공급계약 갱신할 때가 되어 찾아왔어요!"


"전기 공급계약이요? 전 지금 전기 잘 쓰고 있는데요?"


"네 맞아요. 그래서 그런데 저희 Mpower(절대 잊을 수 없다. 엠파워!)와 전기공급계약을 하시면 더욱 싸게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실 수 있어 이렇게 알려드립니다."


"아뇨 아뇨 그런 거 필요 없어요. 그런 거 안 해도 전기 잘 들어와요."


"아.뇨.아.뇨. 정.말.로. 우리 회사가 콘 에디슨보다 전기를 싸게 공급합니다. 여기 이 표를 보세요."


처음의 나는 왕창 취해있었음에도 완강하게 그녀의 친절한 영업용 미소를 물리치려 노력했다. 그런데 대체 무엇 때문인지 -아마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 그녀의 슈퍼한 영업용 멘트들을 매섭게 물리치지 못하고 차차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나는 이미 망함의 쾌속열차에 올라타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를 보세요 100와트를 썼을 때, 요금이 2달러 저렴해요! 정.말.로. 저렴하다니까요? 게다가 우리는 친환경 전력 생산 회사예요 당신이 이 계약을 하면 환경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랍니다."


나는 몇 번이고 실제로 그 가격임을 확인하고 확인하고 재차 삼차 확인하여 동 전력 사용량 대비 콘 에디슨에 비해 엠파워가 확실히 저렴함을 확인한 후 (취해 있었으므로 더욱 오래 걸렸다.) 결국 그들과 계약을 하고 말았다.


그랬다. 확실했다 정말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거기 까지는.




그러나, 그러나 엠파워로 전기 공급업체를 바꾼 후 몇 개월간 내가 내는 평균 전기요금이 전년대비 살짝 많아진 것 같다는 떫떠름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왜 그저 그것이 떫떠름함으로 남았냐 하면, 내가 연단위로 영수증을 모두 버려버렸기에 확신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충 4개월을 보냈고, 어느 한순간 나는 이상함을 눈치채고 말았다. 


"어째서 전기 공급자를 바꿨는데 요금 고지서는 계속해서 콘 에디슨에서 오는 거지?????!!!!????"라고.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뉴욕의 가장 큰 전기(전력) 생산 업체인 콘 에디슨은 모든 뉴욕 전력망의 독점권(?)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콘 에디슨이 아닌 다른 전기 생산 업체에게서 전기를 공급받는 경우 콘 에디슨에게 [전력망 사용료]를 따로 지불해야 했고 그럴 경우 결국 엠파워에서 사용한 전기요금 + 콘 에디슨 전력망 사용료라는 식으로 2중 지불이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엠파워의 전기요금은 쌌지만, 전력망 사용료를 따로 냄으로서 최종 사용료는 더 많아졌다.


누가 말했던가, 진정한 이방인이란 "전화로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스스로도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기세로 전화를 해 "나에게 이런 사실을 설명해 주지 않았고 나는 이 계약을 파기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초지일관 그렇지 않다며, 모든 설명을 했고 내가 그 설명에 OK를 했다고 이야기하던 상담원도 결국은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을 만큼 굉장한 기세로 나는 "캔슬!"을 외쳤고, 결국 "위약금 같은 거 얼마든지 내도 좋으니 법정에서 봅시다!"는 필살기를 사용했다.


결국 나는 위약금을 내지 않고 모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방문 판매원과의 만남 그리고 상담원과의 결투(?)는 내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영어를 더 잘했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도 않았을 테지.' 하는 자괴감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을 겪는 동안 미국인 친구가 내게 하나의 조언을 해 주었고, 나는 그 조언을 평생 잊지 않도록 몸으로 배웠다고 자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무렴.


"호도, 미국에서 네가 네 돈을 가지고 가서 뭘 네 판단으로 사지 않는 다른 모든 것들은 사기라고 생각하면 돼. 물론 네가 네 돈을 들고 가서도 사기는 얼마든지 당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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