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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Aug 06. 2019

양 어깨를 모두 수술하며 알게 된 것

근성으로도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아니, 하면 큰일 나요.


지난 7월 31일 왼쪽 어깨를 수술했다. 병명은 [충돌증후군 : Impingement Syndrome]. 회전근이 어깨뼈에 눌려 염증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부종, 출혈, 만성염증, 섬유화, 미세건 파열, 완전 파열 등으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주로 어깨를 많이 쓰는 운동선수들에게서 발생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류현진 선수가 겪은 어깨 부상도 충돌증후군이었다.


이번 왼쪽 어깨 수술은 2014년에 한 오른쪽 어깨 수술의 후속편으로, 수술 결정이 됐을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줄만 알았다.


충돌증후군 간단 설명

2014년 오른쪽 어깨의 경우, 정확하게는 충돌증후군 + 슬랩 (바이셉텐돈 파열)이었다. (위 그림 중 오른쪽 아래의 회전근 부분 파열 및 이두근 힘줄의 완전 파열) 당시 MRI를 결과가 나온 것을 본 선생님이 곧바로 "어... 음... 이번 주 중 입원 가능하신가요?"라고 말할 정도로 최악의 상태였다. 처음엔 그 말을 믿지 못해 다른 병원 몇 곳을 다니며 확인을 해 보았는데, 모든 병원에서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끝장(!) 난 상태이므로 봉합수술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때 수술에 걸린 시간은 약 네 시간이었는데, 수술 후 좀 더 충격적인 브리핑 내용을 듣게 되었다. 내 충돌 증후군의 근원은 MRI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이상 성장한 어깨뼈(견봉 : acromion)였고, 슬랩의 경우는 아주 복합적이라 할 수 있으나 충돌증후군에 더해 내 어깨 구성 중 따로 떨어져 있어야 할 두 개의 기관이 협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수퍼하게 나빠졌다는 사실 이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전 문외한 이니까요!) 한 마디로, 두 가지의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오리걸음이 잘 안 되는 분들 있죠? 그런 분들은 처음부터 아킬레스건이 짧은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니까 원래 안 되는 것으로 보면 돼요. 그런데 그걸 무리해서 하다 보면 부상이 오는 거죠."


나는 저 말을 듣고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다. 과거 한창 크로스핏에 몰두할 당시 이상하게도 [바벨을 드는 기본자세]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 경우 두 번째, 팔꿈치를 정면으로 향하게 하는 자세가 절대 나오지 않았다.

내 경우 왼쪽에서 두 번째 그림에 보이는 것 같은 자세가 절대로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유연성 부족이 아닐까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내 어깨관절은 복합적인 기형으로 인해 저 형태의 가동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것도 (당연히) 모르는 체로 왜 '정자세'가 안 나오냐며 닦달하던 트레이너나 어떻게든 '정자세'를 만들어 보려고 낑낑댔던 그 노력 덕분에 내 오른쪽 어깨 완전 파열은 그 파멸의 초고속 익스프레스를 탔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어떤 잘잘못을 가리거나 억울(!)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조금은 억울한 감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정석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안될 때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복잡한 원인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며, 그런 때에 한 발 물러나 그 원인을 차근차근 생각해 보지 않으면 분명히 몇 곱절 안 좋은 형태로 킥백이 온다는 점이다. 내 완전 파열처럼.




오른 어깨 수술 후, 왼 어깨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당연한 질문을 했었다. 선생님의 답변은 정석. 왼팔이 아파지면 그때 봐야죠. 아프지 않은데 궁금하다고 수술을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오른 어깨가 90% 정도 정상궤도로 올라섰다고 생각한 것은 대략 2018년 정도로, 재활에 정말 오랜기일이 걸렸다. 그 기간 중 부하가 많이 간 오른쪽 팔꿈치는 Golf elbow 증상이 한 번 왔으며 이 때는 주사치료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그 긴 시간 동안 내 왼 어깨에도 부담이 갔을 것이며,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얄궂은 것인지 이제야 오른팔이 꽤 정상이다 하는 느낌을 받던 요 근래, 2019년 1-2월부터 왼쪽 어깨가 뜨끔 거리는 것을 느꼈다.


약 3개월 동안 파스도 붙여보고 운동을 쉬기도 하고 하며 추이를 지켜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올 것이 온 것 같구만."이라며 병원에 간 것이 7월 22일. MRI, 진단, 일주일 후 입원 그리고 수술.


2014년 케이스에 비해 너무나 다행했던 것은 이번엔 오른쪽 어깨처럼 힘줄이 파열되진 않았고(슬랩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나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바로 병원을 찾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똑같이 견봉 성형과 기형 제거 및 염증부위 제거만 시행했고 접합은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MRI상 슬랩으로 보이기도 했었기 때문에 일단 수술실에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러니 스트레스 레벨이 얼마나 높았겄어요...


아픔의 정도를 비교하자면 대충 한 스무 배는 덜 아프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오른쪽 어깨를 수술한 뒤 처음으로 키보드를 누를 수 있었던 때는 수술 후 대략 두 달이 지나서였다. 이번에는 고작 일주일. 아이고 다행이다.




하여 내가 얻은 교훈 두 개.


1. 사람의 몸은 밖도 속도 다 다르다. 안 보이는 어떤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허약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강골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것은 어렵다.


2. 그렇기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기면 정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오른팔이 다 낫기까진 5년이 걸렸다. 왼팔은 지금의 상태를 보아하니 1년 6개월 정도면 정상화될 것 같다. 빠른 확인과 치료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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