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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Nov 03. 2019

캠핑에서 부엌용품을 줄이고 싶지만

캠핑이 열흘을 넘어가면 그런 거 없더라고요.


캠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캠핑의 장소, 기후, 기간, 목적, 인원, 예산 등등 큰 부분부터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 쓰기 시작하면 의외의 변수들이 현장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예를 들어 캠핑장에 짐을 풀고 라면이라도 끓여먹을까 하고 보면 캠핑장 수도꼭지에서 새하얀 석회수만 나온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것도 생각하고 저것도 생각하다 보면 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할애해야 하는 부분은 역시 먹을 것, 식사에 관련한 것들이다.


'미국 대륙'을 내 눈으로 보고 경험하고 이미지로 재현하는 것이 주된 작업인 나는, 약 한 달을 기준으로 작업일자를 맞추고 그에 맞게 캠핑 준비를 한다. 그때마다 이전 경험에서 얻은 지혜는 늘 내게 "그냥 짐 다 줄이고 패스트푸드를 사 먹는 게 만수무강 지름길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에서 나오는 "그래도 기본(?)은 챙겨야지!"라는 말 또한 듣지 않을 수가 없다.


보름 정도의 약식 투어용 장보기 | 아이스박스, 물, 보리물, 음료수 및 가스버너, 구이용 차콜 - 텐트와 슬리핑 백
이틀 가량 사전 답사용 짐 | 가스버너, 텐트의 단출(?)한 구성
언제나 꼭 등장하는 버너, 냄비 그리고 물. 아 페어퍼타월이 요기잉네?! 김치는 냄비 옆에!
한달용(?) 짐을 캠핑장에 내던져 놓은 상태. 저 초록 봉투(?)와 파란 박스, 그리고 왼쪽 갈색 철제 위의 것들은 모두 부엌용품


무조건적으로 챙길 것만 쳐도 식수, 냄비(코펠), 수저, 버너, 프로판가스, 아이스박스가 있다. 사실 아이스박스는 필수품과 사치품의 중간단계에 있는 아이템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치(!)가 필요한 순간부터 필수품이 되는데 김치는 늘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라면이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설거지용 세제와 페이퍼타월과 같은 청소용품들이 차곡차곡 더해지면 사실상 짐의 3-40%는 부엌용품들이 된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먹는 라면 맛. + 즉석 밥맛...


이렇게 몇 년간 돌아다니다 어느 날 문득 짐을 풀어헤치고 잘 따져보니 결국 조리용품과 식료품이 차지하는 공간과 무게가 꽤 크다는 것을 알고 끙끙 앓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캠핑의 목적은 작업이지 잘 해먹고 노는 게(?) 아니라구!" 하면서 가능한 한 먹는 것에 대한 짐들을 최소화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더 그럴싸한 변명(?)을 해 보자면, 실제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순간과 같이 정말 황홀한 장면을 경험할 수 있는 짧은 시간과 밥 타임은 의외로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끼니는 최대한 '때우는' 방향으로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스스로를 타이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가장 간단한 버거 포장이나 육포 같은 것으로만 끼니를 때우면 몸도 마음도 가볍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또 그렇게 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걸로 끼니를 때우다 보면


그러나, 얄궂게도 그 시간은 오고야 만다. 무리하게 맥도널드와 감자깡, 육포, 콜라로 끼니를 때우다 보면 어느 한순간 밥이 먹고 싶고 김치가 먹고 싶고 라면이 먹고 싶고, 뭔가 제대로 된 불에 닿은(?) 음식을 원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물론 그럴 때마다 식당에 가서 뭘 사 먹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비용이 호로로록 날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오지캠핑 중간중간에 분명히 뭔가를 해 먹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이 모든 물건들을 챙겨가게 되는 것이다.




** 정말 정말 있어야 하는 것들 **


식수 20-30개 들이 및 3-4리터 대용량

프로판가스 버너 + 가스 2통

기본 수저 및 국자, 뒤집개 ** 목 긴 라이터

냄비-코펠

식기

즉석밥

라면 및 컵라면 + 3분카레류

페이퍼타월 / 토일렛페이퍼 / 물티슈

세제, 수세미

기본양념 = 소금, 후추, 설탕 및 식용유 등

김치 한 통 (아이스박스 지분 1/3 차지)

전천후 쓰레기 봉투

아이스박스에 채워 넣는 어름은 대충 24-36시간에 한 번 꼴


** 옵션 **


설탕물 (오렌지 쥬스, 콜라, 사이다 같은 캔음료) + 맥주

초콜릿, 과자, 육포 등 순간 에너지 땡기기용 스낵

숯불구이용 차콜 + 차콜용 기름 + 불판 및 불판 툴(집게 등등)

압력밥솥 = 이것과 쌀로 밥을 짓는 순간 설거지 난이도 대폭 상승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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