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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Aug 13. 2019

내가 몰랐던 미국

저지멘탈 맵을 아시나요?


미국이 얼마나 큰 나라이며 그 지역색이 강한지, 직접 미국에서 살기 전엔 알 수 없었다. 미국 안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아 이런 거구나!? 하는 부분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 사실에 감사한다. 비꼬는 것이 아니다. 나는 경험을 통해 무엇을 '불완전하나마' 알아가는 것을 가장 재미있어하기 때문이다.


내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사건(?)중 하나는 볼티모어라는 도시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너무나도 독특한 위치에 있었던 내가 다닌 학교 MICA라는 또 다른 작은 도시의 실체(혹은 조금 더 깊은 모습)를 하나하나 알게 될 때마다 충격은 배가 되었다.


나는 보스턴에서 약 일곱 시간을 운전해 처음으로 볼티모어에 들어서게 되었다. 살 집을 찾는 것과 학교에서의 첫 미팅과 같은 실제적 삶의 절차를 밟기 위해 공식 일정보다 하루 일찍 들어선 볼티모어는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 보스턴부터 쭉 이어진 잘 닦인 I-95 고속도로를 벗어나 볼티모어 북동쪽으로 접어들었을 때, 일단 그 도로 상태에 놀랐다. 이토록 정비가 안된 도로가 있단 말인가? 또 이렇게 '외진' 곳을 미국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어떤 사람이 가게 앞에서 경찰에 연행되어 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당연하게도, 그런 와중에, airbnb를 통해 잡은 숙소 근처는 열악했으며 다음날 학교 방문을 마친 이후 보러 다닌 집들의 상태도 상상을 넘어선 단계에 있었다. 오래되고 낙후한 건물, 그럼에도 넉넉지 않은 주차공간 그리고 비싼 렌트. 내가 아예 환장할 정도의 상태인 동볼티모어에 위치한 학교 건물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한 달에 1천 달러 내고 어정쩡한 곳에 사느니 450달러 내고 볼티모어의 참맛(!?)을 보겠다고.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스트볼티모어 한복판에 있던 학교 건물 MICA PLACE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PLACE]는 학교가 완전히 리노베이션 하여 관리하는 철통 같은 보안의 건물이었다. 말 그대로 폐허 위에 덩그러니 놓인 요새와 같은 그런 느낌. 정문에서 내 집까지 들어가는데 네 번 열쇠로 문을 열어야 하는.




미국 인터넷의 서브컬처 중 저지멘탈맵 [Judegemental Map]이라는 것이 있다. 각 도시의 구역을 나누고 그 구역의 상징을 아주 시니컬하게 단정 짓는 일종의 풍자 밈 [meme]이다. 이 자조적인 유머 코드는 그 지역에 살아본 사람들만이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상에 아무리 험한 말이 쓰여 있더라도 결국 그 지역 사람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가슴에 얹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외부인은 이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마음속 깊은 저곳에서 울리는 공명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3년 가까운 볼티모어 생활을 정리할 때가 되어서야 이 저지멘탈맵 이라는 서브컬처를 접했다. 이 지도를 정착하기 전에 보았다면, 나는 다른 방식으로 볼티모어에서 삶을 살았을까? 하는 궁금함은 분명히 있다.


보기 좋게 정리된 볼티모어의 저지멘탈맵 | 내가 살았던 지역은 정확하게 Apocalyptic Zombie Land였다


위 지도에서 Apocalyptic Zombie Land라고 묘사된 East Baltimore Area가 내가 살았던 동네이며, 그 한복판에 MICA Place 빌딩이 있었다. MICA를 묘사한 장소는 지도 정중앙으로 Trust Fund Art Student라고 적혀있다. 저 지역은 MICA와 Peabody Institute가 모여있다. 그보다 조금 북쪽, Rich College Students라고 묘사된 지역은 The Johns Hopkins University의 메인 캠퍼스다.


The Wire 지역들이나, You will get shot here 같은 지역들은 정말로 말 그대로의 지역들이다. 나는 멋도 모르고 Scary Mall에도 가 보았으며 (파파이스 테이블에서 치킨을 먹다가 구걸하는 사람들을 두 번 만났다) 당연히 Scary Wall Mart도 몇 번 갔다. (갈 수밖에 없었다)



이보다 좀 더 Sarcastic 한 저지멘탈 맵은 이것이다.

인터넷에서 조금 더 인기(?) 있는 저지멘탈맵


그러니, 나는 볼티모어라는 [실패한 미국 도시]의 대표 격인 곳의 가장 문제가 득실거리는 지점 한가운데에서 라푼젤의 탑 같은 곳에서 실질적인 미국에서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학교로 출퇴근. 당연히 도시의 빈곤율 그리고 범죄율의 영향에서 벗어난 아주 다른 상아탑의 세계가 펼쳐졌다. 여타의 다른 미국 사립대들과 비슷하게.



2011 | Baltimore, First Impression | HOD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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