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것은 안된다
나는 직업(?)상 미대륙 횡단을 어림잡아 열 번 이상 했다. 대륙횡단을 할 때 느끼게 되는 진정한 미국은 Midwest 지역으로 분류되는 캔자스, 다코타, 네브레스카 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들은 정말로 끝없이 펼쳐진 평야 그 자체다. 말 그대로 끝이 없을 것처럼 뻗은 길이다. 미대륙 횡단을 하다보면 이곳들 중 한 곳을 필연적으로 지나야만 하는데 그 아무것도 없이 운전만 하는 과정중에는 형언하기 힘든 아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위의 지도는 콜로라도 주를 지나 네브래스카를 통과해 시카고까지 가는 루트를 알아보다 찍어놓은 스크린 샷이다. 총 걸리는 시간인 58시간은 칼스베드 동굴 국립공원부터 찍힌 것이다. 그냥 콜로라도 덴버부터 시카고 까지는 14시간이면 충분하다. 가장 생각하기 쉬운 샌프란시스코부터 뉴욕까지는 약 42시간이다.
위 루트와는 조금씩 다르지만, 뼈대 자체는 비슷한 여정을 여러 번 겪으면서 어느 날 문득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있다. "아. 하늘이 무너져도 운전으로는 하루 만에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갈 수는 없구나."라는 것.
이게 무슨 싱거운 소리인가 싶겠지만, 내게 이 사실이 뼛속 깊이 다가온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해 오던 단위인 '하루' 즉 24시간 안에 물리적으로 이룰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을 절절하게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어떤 노력을 들여도, 운전을 통해서는 24시간 안에 이 일을 해낼 수 없다.'라고.
물론 어떤 콘크리트 타설도 하루 안에 마르지는 못하고, 해운 항로로 우리나라에서 샌프란시스코 까지도 하루에 닿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너무나 많다.
다만 나는 하루에 수백 마일씩 운전을 실제로 했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정신이 멍해지도록 운전을 해도 (같이 여행을 했던 분과 번갈아 하루 동안 최장거리 운전을 한 것이 대략 800마일, 11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어느 이상은 결코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운전으로 하루 동안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하루라는 시간 동안 내가 육로로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한계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해 보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단순히 북미대륙의 크기 문제가 아닌 말 그대로 어떤 '한계'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간단하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