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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Oct 19. 2020

카메라 가방 리뷰

DOMKE F-2


모르긴 해도 저 자신은 아마 카메라 가방을 스무 개 이상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장터에 판 것도 카메라 가방이었는데 가방 하나를 팔자마자 또 가방 하나를 사게 되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가방은 미국 DOMKE사의 F-2라는 모델로 DOMKE 본사의 베스트-스테디셀러 모델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가방을 처음 구입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벌써 한 네 번 정도는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 것 같아요.


서너 번 이상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 가방 DOMKE F-2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샀다 팔았다 했다는 건 가방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가방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문제(?)로, 늘 필요(!!)한 가방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시기마다 사용하는 카메라의 종류와 렌즈의 종류, 개수 등에 따라 주로 바뀌고 가방을 ‘슈팅용’으로 사용하느냐 아니면 ‘캐리용’으로 사용하느냐 에 따라서도 조금씩 가방에 요구하는 부분들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아마 돔케를 비롯해 다른 유명한 가방 (빌링행, 로우프로 등)들을 샀다 팔았다(…)하는 대회가 있었으면 저는 메달 하나쯤은 땄을 겁니다. 


최근 바꾼 라이카 SL 시스템의 사이즈에 잘 들어맞는 F-2


최근 저는 라이카의 M시스템에서 SL 시스템으로 카메라 구성을 바꿨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사용하던 가방들에 카메라와 렌즈를 효율적으로 수납하고(캐리) 사용(슈팅)하기가 조금 힘들어졌습니다. M시스템에 주로 사용하던 가방들은 초소형 지향이라 SL처럼 SLR에 가까운 큼직한 카메라를 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해서 고민하던 중 과거 1 dmk2를 쓰던 시절에 가장 유용하게 썼던 DOMKE의 F-2 / J-2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두 가방은 돔케에서 오리지널 지향과 미래지향(?)을 담당하는 대표 가방으로 F-2는 면 소재를 J-2는 합성섬유 소재를 사용한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두 가방 모두 사용해 보았으나 이번에는 오랜만에 다시 오리지널로 돌아간다는 기분으로 F-2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크기가 거의 같은 렌즈들을 주로 사용할 때 이만큼 편한 시스템이 없는 F-2의 기본 파티션


먼저 F-2의 기본 형태를 보면 우리가 잘 아는 그런 카메라 가방의 기본 형태 (좌우로 기다란 직육면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폭도 상당히 넓은 편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폭이 넓다면 일단 상상할 수 있는 점으로 적당한 렌즈를 마운트 한 채 카메라를 한 대 넣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렌즈 네 개와 옆 공간의 크기를 재 보기 위해 EOS-R을 넣어 보았습니다.


이 형태를 저는 준비 완료 상태라고 칭하는데, 그것은 가방을 열자마자 카메라를 바로 꺼내 슈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동시에 슈팅이 복잡해지면 하나하나 렌즈의 뒷캡을 열어 바로바로 렌즈를 교환해 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점이 슈팅백으로서 F-2가 갖는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각 슈팅 완료상태


집어넣기는 꺼내기의 역순


또 이때, 돔케의 4각 도시락(?) 파티션 형태가 렌즈 교환에 있어 적절한 속도를 낼 수 있는 시스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저 사각 파티션에서 렌즈를 교환하기 쉬워집니다.


기본 상태에서 카메라를 빼내면 그 남는 공간에 교환할 렌즈를 바로 빼서 넣은 후, 4각 파티션에 차곡차곡 들어있는 렌즈들을 포탄 빼듯(^^) 꺼내 사용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빠른 렌즈 교환 가능 시스템이야말로 DOMKE F-2 및 여타 돔케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라고 전 생각합니다. 때문에 특히 차량을 이용할 경우 출발지에서 행선지까지 쉽게 캐리 후 목적지에서 자신의 촬영 스타일에 맞게 (저는 여러 단렌즈를 사용하는 경우지만 줌렌즈 3-4개 세팅 또한 가능합니다)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돔케가 오래도록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입지를 갖게 해 주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또, 가방의 양 옆 주머니는 의외로 매우 커서 급하게 렌즈를 교환할 때 과감하게 넣을 수 있습니다. 아까 설명한 대로 도시락 파티션의 장점과 가방 본체가 큰데 어째서 이런 임시방편에 대해 얘기하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렌즈들을 갈아 끼우며 촬영이 무아지경(!)여서 이뤄지다 보면 순간적으로 넉넉한 사이드포켓의 존재가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잠시나마 (사이드포켓은 렌즈를 보호하는 쿠션 파티션이 없으니까) 사용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부분은 숨은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급할 때(?) 표준 렌즈 하나는 충분히 들어가고 남는 사이드포켓. 쿠션이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앞 포켓과 뒷포켓은 그러나 그렇게 크지 않아 배터리, 메모리카드 등을 조금 수납할 수 있는 정도로 여겨집니다. 특히 뒷포켓에 뭔가를 넣으면 몸에 밀착되는 것을 조금 방해합니다. 하지만 책 한두권 정도를 넣으라 하면 넣을 정도의 여유는 나옵니다. 오히려 자크로 열 수 있는 커버 주머니에는 긴급용 방수포, 점퍼 등을 욱여넣어 쿠션처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커버에 있는 수납공간. 방수포 등을 넣기 좋은 사이즈다.


이렇게 필드 슈팅용 가방으로서 거의 완벽한 DOMKE F-2 및 기타 시리즈 들이지만 저로서는 살짝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너무나 필드에서의 튼튼한 사용을 전재로 해 많은 금속 잠금쇠들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금속 잠금쇠들이 가방을 열고 닫는데 불편함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익숙해지면 아주 빠르게 가방을 잠글 수 있어 장비의 떨어뜨림을 방지하기 좋습니다. 제가 말하는 아쉬운 점은 그 잠금쇠들이 금속이라 어쩌다 카메라와 렌즈에 흠집을 내기 쉽다는 점입니다. 


사실 장비를 불하받아 사용하던 짐 돔케(가방의 오리지널 설계자이자 기자)가 카메라나 렌즈들에 기소 좀 나는 게 대수였겠는가 싶지만 아무래도 장비에 상처가 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때문에 저는 실제 가방을 사용할 때 이런 방식(사진)으로 잠금쇠를 묶은 후에 사용합니다. 가방이 왔다 갔다 하며 렌즈나 카메라를 타격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입니다.


 장비를 실수로 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 잠금쇠는 서로 잠가놓고 사용합니다. 벨크로가 있어 가방이 열릴 염려는 덜한 편입니다.


DOMKE F-2의 마지막 묘한 장점 하나를 얘기하며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보다시피 면 소재로 만들어진 F-2 가방은 밑바닥 쿠션과 파티션을 제외하면 청바지처럼 구겨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 장점을 통해 캐리용 가방이나 여행 캐리어에 최소한의 크기로 슈팅용 가방을 챙겨갈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엄청난 매리트로 다가옵니다.


제가 장비를 옮길 때 사용하는 캐리용 백팩입니다.
그 백팩 안에 F-2가 고스란히 들어가고 남습니다. 이제 출사지에 가서 F-2를 메고 찍으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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