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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Sep 02. 2020

카메라 리뷰, 쓰기 어렵죠.

일단 카메라가 마음에 들어야, 아니면 밉기라도 해야 하니까요.

비단 카메라 리뷰뿐 아니라 세상의 거의 모든 리뷰들은 서로에게 공격당할 것을 전제로 아주 보수적인 형태로 완성된다. 카메라를 놓고 보자면 그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 카메라를 싫어한다고 말한 사람의 말에 대해 책임소재를 묻기도 할 것이다. "그것, 신빙성 있는 얘기요? 과학적 데이터나 근거가 있소이까?" 그러나 반대로 어떤 과학적 근거나 데이터가 한 카메라를 '좋다'라고 확인해 줄 수 있는 노릇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면 대부분 다 인정하게 된다. 어차피 그게 그거, 팬덤이 큰 쪽이 목소리가 높고 행세(행세?)하는 거 아닌가- 하고.


나는 삼성에서 NX10이라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처음 만들고 발표할 때 너무나 큰 감동을 입은 나머지 제품을 구입하자마자 내 스타일의 리뷰를 썼다. 그러나 당시 내 스타일 리뷰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나는 그 시절 "모든 디지털카메라는 전부 다 좋은 화질로 나온다."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스펙상 포르셰도 2000cc 소나타도 2000cc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같은 레벨에서 경쟁하는 차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카메라적인 작동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완벽하던 NX10은 화질이 구리다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내가 하도 난리를 쳐 주변에서 NX10을 샀던 분들로부터 조심스러운 문의가 자꾸 쏟아져 들어왔다. "호도씨 이거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한데...!?"라고.


그때 나는 그게 아마 RAW 파일로 찍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고 본격적으로 RAW 파일 데이더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FF가 아닌 APS-C라는 한계점도 염두에 두었다.)


아니 근데 웬걸, 일단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자사 카메라의 전용 RAW프로세스용 프로그램이 오직 WINDOWS용만 제공되었던 것이다. Mac 유져였던 나는 삼성에 언제쯤 Mac용 소프트가 지원될지를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우리는 세계 1위를 지양하기 때문에  Mac용 소프트 지원은 없을 예정."이란 소리였다.


그 순간부터, 아무리 MN10의 파일들을 만져보려 해도 사랑의 터치가 이루어질 리 없었다. 실제로 파란과 빨강 경계의 무너짐, 분홍 그라데이션 깨짐 현상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문제점들이 드러났고 화면의 표현력(100년짜리 화두)이 너무나 뭉개 놓은 듯 입체감이 살지 않았다. 나는 있었던 일을 기본으로 글을 작성해 오려고 그 글은 당시 최대의 디지털 커뮤니티를 불태웠다.


돌이켜 보면 맞다는 말 틀렸다는 말 당연히 있었고 욕하는 말 칭찬하는 말도 당연히 있었다. 네가 뭐냐는 식의 재밌는 말도 있었다. 사진도 못 찍는 놈이 헛소리 한다고도 했다. 음. 그때 느낀 것은 한 기계(혹은 브랜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자아를 투영한다는 사실이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나는 지금 사용하는 카메라를 누가 뭐라고 하건 어지간히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내가 좋아하는 장치로 살갑게 대할 수 있는 지경(경지가 아닙니다요)에 간신히 이르렀다.


그럴 수 있는 것은 감히 말하건대 결국 어느 만큼 내가 뭘 원하고 뭘 좋아하면 그것을 어떤 툴로 어떻게 획득하였으면 하는 기본 노선이 간신히 깔린 정도인 것이다. (이것은 또한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20년간 쓰던 M에서 남들이 찐따로 보는 SL2로 간, 그 좋다는 소니를 버리고, 그 환상의 캐논을 택하지 않고  SL2로 간 이유가 남들에게 재밌을 것인가 아니면 울화병을 터트릴 것인가?


역시 중요한 것은 말하는 이의 말하는 방식일 터인데....


어찌해야 할까요?


왓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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