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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34

그래서 지금 넌 어디?_끝

by 원숭이

답답해서 너무 답답해서 담배를 결국 입에 물고

예민해서 너무 예민해서 옆사람 껌소리까지 신경 쓰이고

화가 너무 나서 화가 너무 많아서 조그마한 일도 소리 지르고

그 와중에 예쁜 것들은 또 다 예쁘고

내 마음속에 슬픔만 빼고 다 있다.


슬픔은 없다 화나거나 기쁘거나

이 답답해진 마음덩어리를 풀 곳은 역시 글 밖엔 없나 보다.


난 사실 매일이 끝이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렇게 산다.

여한도 없고 아쉬움도 없고 그렇게 매일을 산다.

그럼 마음이 가벼워야 하는데 참 그것도 아니다.

날 힘들게 하는 사람은 어디까지가 끝인지도 모르게 계속 날 괴롭히고 날 행복하게 하는 사람은 날 계속 행복하게 한다.

결국 사람이다. 날 힘들게 행복하게 하는 것 모두가.


이 시대에 휴대폰이 없었다면? 그럼 어땠을까? 서로의 소식을 궁금해할 때면 가벼운 몇 타자가 아닌 직접 찾아가 안부를 물을 것이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직접 경험해 보고 아쉬움이 없을 것이고, 상처도 극복도 더 강인하게 경험해 보겠지.


이 시대에 결혼이 없었다면? 결혼이라는 족쇄 안에서 힘들게 크는 아이도 없고 부모도 없고 각자 자리에서 오히려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도의가 더 생겨나서?


그냥 생각해 보는 것 이런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킬링타임용 상상인 건 알지만 그래도 아쉽다 이 시대가.

오늘도 나는 그저 그런 생각을 하며 사랑하고 증오한 그런 하루를 보냈다. 여한 없이.


내가 만일 오늘이 끝이라면 내 사랑 1호야.

나는 널 목숨 바쳐 사랑하고 내게 살아갈 힘을 준 너야.

너는 누구보다도 나에게는 소중하고 최고이고 사랑이다. 너는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숨만 쉬어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모든 걸 겪었으면 좋겠어. 영원히 너의 곁에 튼튼한 나무가 되고 싶었던 나무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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