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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낮

by 원숭이

잘 때는 11시간씩 자던 때 나는 일도 하고 육아도 하고 공부도 하고 바쁘게 살던 때다. 바쁘지만 얼마나 꿀잠을 자는지 하루가 개운했다.


일을 반쯤 그만두고 육아하고 공부한 지 어느덧 2주가 지나고 수면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잠을 못 자고 하루를 시작하거나 4-5번씩 자며 꿈을 꿨다.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로 지내려니 죽을 맛이었다.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데 낮의 질은 바닥으로 떨어져 아이가 웃어봐 라는 말까지 했다. 정말 거룩한 낮이었다.


잠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잘 자기 위한 약이나 바쁨의 정도도 얼마나 잘 맞춰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으나 어찌어찌 마음대로 안 되는 요즘엔 포기하고 잘 못 자려니 하고 있다. 바보같이.


무기력함과 불면증이 만나 꾸역꾸역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죄악 같은지 하루라도 기분이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며 잠에 드는지 나와 같은 사람이 어딘가 숨 쉬고 있을 텐데 꼭 말해주고 싶다. 같이 흘러가보자고. 시간을 따라 흘러가면 언젠가는 숨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고.


낮에 쬐는 햇빛이 반짝이는 보석들을 만들 때 눈을 찌푸리며 걷게 되고 폭풍 같은 바람이 갑자기 불어올 때면 두피까지 추워져 몸을 웅크리게 되는 이상한 요즘이다. 더 이상 날씨가 장난치지 않고 따스한 햇살과 적당히 시원한 바람으로 나의 숨에 힘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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