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르익은 하늘의

바다포도

by 원숭이

끼이던 청바지를 여유롭게 입고 잘 입지 않던 크롭티를 입고 멋들어진 가죽재킷을 걸쳐 나온 오늘은 왜인지 다른 날보다 힘이 나는 하루였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이 나고 은은하게 나에게 응원을 보내줬다.


집에 돌아가는 길 쳐다본 하늘에는 무르익은 바다포도들이 송이송이 매달려 날아오르려 흔들리고 있었다. 도약을 꿈꾸는 바다포도들아 나도 같이 매달려서 함께 꿈을 꾸자 나도 껴주겠어?라고 물어보자 흔들흔들 아니라고 얄궂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자신감 없고 주눅 들고 돌아온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때 선물처럼 온 오늘이 나에게는 어떠한 약보다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 가진 힘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삶이 굴곡이 없으면 심심하잖아 하겠지만 굴곡 없고 싶다. 굴곡 없이 행복만 하면 안 될까. 왜 도약을 하기 위한 과정은 이렇게도 험난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까.


다른 사람들이 낀 헤드셋이 부럽고 예뻐 보이듯이 다른 사람의 연기가 똑같이 부럽고 예뻐 보인다. 하지만 그건 나의 연기가 아니기에 나는 오늘도 나의 연기를 찾아 계속 헤매고 웃고 울고 소리 없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개성 나의 연기 나만의 무언가가 피어오르기 전 봉우리 속의 소리 없는 전쟁이 나에게 시작됐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뿌연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