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그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바들바들 몸을 떨며 몸서리치며 억울해하던 중학생 어느 때부터 내 몸에는 이상한 세포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불안세포.
어쩌면 그때쯤부터였을까. 가족들의 등을 보고 아무리 소리쳐도 돌아봐주지 않던 때.
아니면 그때?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첫 새로운 가족의 등을 보았을 때?
어찌 되었건 간에 난 조울증이다. 그것도 매우 예민한 매우 불안한 , 아침약이나 밤약이 하나라도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안되는.
사람들은 조울증이 하루 안에 조증과 울증이 파도를 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맞기도 아니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큰 파도와 작은 파도가 있고 보통이라고 정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 터울과 높이는 얕고 길다. 조울증인 사람은 터울이 짧고 높이가 높을 뿐.
이 조울증을 파악하는데 까지 몇 년이 걸렸을까. 그런데 신기한 건 나 조울증인 거 같다 생각한 건 더 오래돼었을 것 같다. 역시 나 자신을 잘 아는 건 나인 걸까 아니면 그 생각이 나를 만든 걸까.
삶을 놔버린 시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도 여전) 그 시기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에 후념이 사라졌고 그리고 핀이 나가기 시작했다. 자꾸만 사람들하고 얘기하다가 생각하다가 말하다가 보다가 읽다가 멍 하고 정신줄 핀이 나갔다가 간신히 돌아온다. 이 신호는 분명 호두(뇌)가 힘들다는 신호겠지?
알면서도 그게 전혀 두렵지 않은 내가 신기하고 웃기다.
내 조울증의 시작은 어쨌든 ‘가장 가까운 사람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