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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Jun 13. 2019

시장에 다녀오다

어제는 시장에 갔다. 나는 한 번에 시장을 몰아서 본다. 2인 가족이기 때문에 2주에 한 번 정도 시장에 있는 마트에 가는데, 배달해주는 요건이 4만원이라 4만원에 딱 맞추어 산다. 어제 산 것은, 참외 열 두 개, 오이, 애호박, 파프리카, 컬리플라워, 고수 두 단, 대추 방울토마토 한 팩, 양송이 버섯, 단호박, 대파, 양파, 자몽 여섯 개, 바나나 두 송이, 참기름, 식초, 시금치, 양배추... 그리고 신랑이 먹을 계란 한 판과 망고 젤리.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어쨌든 이 정도를 샀는데 4만 3천원이 나왔다. 그리고 마트 밖으로 나와서 단골 과일 가게에서 산딸기와 아보카도를 샀다.


 그 마트에서는 저저번달부터 배달 비닐 봉지를 마대자루로 바꾸었다. 배달할 물건을 잘 넣은 뒤 주둥이를 잘 묶어서 카트 채로 배달할 곳에 갖다 놓으면 배달을 해준다. 나는 이름난 막손이라 그 노끈으로 주둥이를 잘 묶지 못해서, 배달하시는 분들이 내 손놀림을 보다 못해 자기가 뺏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제는 나의 꼬물거림을 알바생이 멀찍이 보고 있었다. 흘긋 얼굴을 보니 솜털이 아주 보송보송하고 통통한 고등학생 정도 나이의 남자아이다.  못 보던 얼굴인데 새로 들어온 친구인가보다.


내가 끈을 잘 묶은 후, '잘 부탁 드립니다.' 라고 인사를 하자 그 친구가 흠칫 놀라며 ‘아, 네.’라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들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던 것일까? 어쨌든 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배달 물건이 집에 얌전히 도착해있었다.  어쨌든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것은 서로에게 좋은 기분을 전달해준다.


단골 과일가게에 가서 그 집 주인 할머니에게 눈인사를 했다. 어, 어서 오셔.


예전에 그 집에서 물건을 사고는 거스름돈을 만원짜리를 받아야 하는데, 할머니가 나에게 오만원 짜리를 실수로 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돌려주었더니, 그 때부터 내가 가면 과일 하나씩 덤으로 얹어주신다.


오늘은 아보카도가 무려 하나에 천원이라, 네 개를 샀는데. 집에 와서 세어보니 다섯 개가 들어있었다. 할머니가 나 모르게 넣은 모양이었다. 산딸기는 한 박스에 육천원. 집에 와서 산딸기를 씻어서 락앤락에 넣어놓았다. 산딸기는 막 달거나 하지 않지만, 모양이 너무 예쁘다. 깨끗하게 씻은 산딸기를 하나씩 먹고 있으면 왠지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 예전에 단양에 있는 펜션에 놀러갔을 때, 산책로에서 따먹던 그 산딸기 맛이 생각난다. 물론 야생으로 자란 것과는 다르겠지만, 알알이 톡톡 씹히는 식감이 마음에 든다.


집에 와서 대파를 손질하고, 고수도 씻어놓고, 시금치도 씻고, 산딸기와 토마토를 씻어 놓았다. 이 정도면 2주 정도는 버틸 수 있다. 손질하고 씻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한 두 시간만 들여서 일 주일에 한 번씩 몰아 해놓으면 나중에는 그냥 꺼내먹기만 하면 되니까 좋다. 하지만 나중에는 너무 힘이 들어 양배추는 다음에 씻어 놓기로 했다. 양배추는 신기한 것이 냉장고에 오래 있어도 다른 야채들보다 훨씬 오래가고 물러지지 않는다. 양배추는 생으로 먹으면 아주 사각사각하고 시원한 즙이 나온다. 특유의 단맛이 있다. 소스를 끼얹거나 마요네즈를 버무리면 그 맛이 가려지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안 뿌리고 먹는다.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쪄서 먹는 것이 좋다. 말들이 많지만 나는 생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큰 접시 하나에 생 양배추 한 줌, 시금치 한 줌, 현미밥 한 공기, 그리고 오늘은 특별하게 고수 한 줌도 얹고 엄마가 담가준 파김치와 생김으로 밥을 먹으면 특별하게 요리를 하지 않아도 즐거운 한 끼 식사가 된다.


신랑과 같이 밥을 먹을 때는 두부를 굽거나 조리거나 찌개를 끓이기도 하는데, 나 혼자 먹을 때는 그저 이 정도의 식사가 딱이다.


 잘게 썰은 고수와 방울토마토를 곁들인 아보카도 과카몰레도 최고의 반찬이다. 보통 전통적인 과카몰레에는 라임즙을 뿌리는데, 라임의 신 맛이 강해서 아보카도의 고소한 맛을 해치는 것 같아서 나는 라임즙은 뿌리지 않는다. 그 대신 죽염을 반 스푼 안 되게 살짝 뿌려 먹으면 죽염이 아보카도의 고소한 맛을 끌어올린다. 그냥 천일염을 쓴다면 소금의 양을 조금 줄여도 괜찮다.


시장에서 사온 고수를 듬뿍 올린 비빔국수.

 

쌀소면을 삶아 오이, 토마토와 함께 슥슥 비볐다.


양념장은 엄마표 고추장, 간장, 감식초에다가 배 한

 

개와 마늘 몇 톨을 통으로 갈아넣었다.


엄마의 노동력으로 시집간 딸내미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양념장은 꽤 많이 만들어놓았다.


아마도 올 여름 내내 비빔국수가 땡길듯.


찌개 같은 뜨거운 음식이 싫어지고 상큼한 것들만


 생각나는 거보니 여름이 오긴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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