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채식러의 비건 베이킹
독일빵인 브뢰첸을 구워봤다.
길고 지리한 마감을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그냥 자려고 누웠다가
평소 즐겨보던 '독일빵고모'의 유튜브를 보았다.
갓구운 브뢰첸을 반으로 딱 쪼갤 때의 바삭하는 소리가 나고,
빵 안쪽은 부드럽고 찰지게 찢어지는...
그야말로 겉바속촉 하드롤 브뢰첸.
독일에서는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다고들 한다.
갓구운 브뢰첸은 그냥 먹기도 하고,
샌드위치를 해서 먹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이태원 베이커스 테이블에서 수프와 곁들여 먹은 기억이 있다.
손반죽으로 만드는 독일빵 브뢰첸...
나는 손반죽으로 빵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무반죽 법으로 반죽을 재웠다가, 접어주고, 접어주고 하는 방식으로 빵을 구웠는데..
갑자기 반죽을 해서 빵을 구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반죽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 내일 오븐에 구우면,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아침으로 먹을 수 있겠지.
그래서 갑자기 밤 열 한시에 일어나
밀가루를 스텐볼에 쏟아부었다.
반죽을 한지 십 분도 되지 않아 후회했다.
진 반죽은 계속 손가락에 들러붙었고...
부엌은 초토화...
유튜브 영상에서 봤을 때는 엄청 깨끗하게 잘하시던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라고는 1도 없는 사람이라서 그랬던 건가.
반죽기 없이 손반죽으로 빵을 만드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그래서 반죽기 없이 홈베이킹을 할 때 늘여 접는 무반죽법을 추천하는구나...
삼십분이 지나도 찐득한 반죽은 탄탄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치대고.. 또 치대고...
사십분쯤 지났을 무렵..
반죽은 조금씩 탱탱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짝 아기 엉덩이처럼 부드럽고 쫀쫀해졌다.
그제서야 나는 조금씩 안도하기 시작했고,
힘을 다해 반죽을 치댄 후에 겨우 반죽을 냉장고에 넣고 잠들었다.
깊고 고요하게... 아주 잘 잤다.
이게 다음날의 결과물이다.
중간 과정은 찍지 못했지만,
꽤 먹을만했다.
출근하던 남편은 준비를 하다말고 나와서
브뢰첸을 두 손으로 쪼갰다.
파삭, 하는 소리와 함께 찢어지는 빵결.
뜨거운 빵에서 모락모락 나는 김.
남편은 빵이 잘 나왔다며 브뢰첸을 두 손으로 쪼개서 맛있게 먹었다.
반죽을 더 많이 했다면 빵의 겉면이 훨씬 매끈해졌겠지만...
사진으로 다시 자잘한 기포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빵에 칼집을 넣을 때 내가 주저했던 흔적 같은 것들이 보였다.
칼집은 단호하고 날렵하게 넣어야 했는데.
여러 단점들이 많이 보였지만,
그래도 어떤가.
내가 만들어 내가 먹는 빵인데.
내돈내산이 아닌 내만내먹
다음에 할 때는 더 잘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다음에는 손반죽은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