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이제 한 번에 네 바퀴 정도는 뛴다. 하지만 오늘은 다리가 무거워서 걷다 뛰다가 했다. 어제는 일이 있어서 아침에 일찍 나가느라 하루 운동을 쉬고, 밤늦게 까지 영화를 보다가 들어왔다. 어제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소모가 심한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에 몇 바퀴라기 보다는 그냥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지, 발바닥 앞쪽의 안쪽으로 뛰는지를 체크하면서. 집으로 돌아와서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했다. 머리서기를 시작으로 손짚고 물구나무서기. 몸을 거꾸로 세우니 묵직했던 다리가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다리가 가벼우니 컨디션이 좋다.
좋아하던 물구나무서기를 못한 이유는 어깨에 통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어깨에 회전근개 염증이 생겨서 오랫동안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그리고 스테로이드 주사도 맞았다. 도수치료사님이 다행히 좋은 분이어서 꼼꼼하게 풀어주셨지만, 미세한 통증은 잡지 못했었는데. 달리기를 하고 나서 어깨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사실 나을 때가 되어 나은 것이겠지만, 앞뒤로 팔을 힘차게 흔들면 굳어있던 날개죽지가 풀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쉬었던 물구나무서기도 다시 연습할 수 있게 되었고. 달리기를 하고 나서 가동범위도 훨씬 넓어졌다.
한의학에서는 화 기운이 어깨에도 작용한다고 한다. 화기운이 과다한 사람은 어깨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오래 앉아 있는 것, 커피를 마시는 것도 화기운을 추동한다. 미디어도 화기운이다. 그래서 요새 어깨가 아픈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요새 동의보감 강의를 듣고 있는데, 하체를 단련하는 것은 정(精)의 기운을 북돋는다고 했다. 정은 타고난 에너지와 비슷한 뜻이라고 은근슬쩍 이해하고 있다. 하체가 튼실해지면 위로 뜬 화기운을 잡아준다. 그래서 어깨나 목으로 가는 열기가 조금 가라앉는 것이 아닐까? 아님 말고. 어쨌든 닥치고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