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열무호두 Aug 24. 2021

물구나무 서기 연습 근황

초보채식러의 버킷리스트

한동안 물구나무 서기 연습을 못했는데,

그 이유는 벽에 배를 대고 물구나무서서 버티기를 연습하던 도중, 아차 하는 사이에 뒤로 넘어가서 허리를 다쳤기 때문이었다.

꽝!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다른 방에 있던 남편과 고양이들이 모두 달려왔다.

나는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고......

일어났다 앉는 것도 힘들었으며,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허리가 아파서 살금 살금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무리한 연습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전날 연습을 하고 나서 더 빨리 물구나무서기를 성공시키겠다는 욕심에 아침에도 연습을 무리하게 했던 탓이었다. 1분 버티기를 세 번 정도 하고 나서 한 번을 더 하려고 하다가 나도 모르게 뒤로 넘어갔다.

척추를 다치진 않았지만 허리 근육이 놀란 것 같았다. 한의원에 가지 않고 마사지를 하며 버티다가 삼 일째 되는 날 한의원에 방문했다.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하다가 허리를 다쳤다는 나에게 웃는 당나귀상인 한의사 선생님은 환자분 나이에는 이제 무리를 하면 안된다고 충고를 해주었다.

마음만 앞서서 몸이 예전 같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그 말 때문에 허리가 더 아픈 것 같았다.


한의원에 다닌 지 삼일이 지나자 다행히 고통은 많이 가셨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거의 다 나았지만, 물구나무 서기 연습은 3주 정도 후에나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직도 벽 앞에서 연습을 하긴 하지만 벽에 발을 대지 않고 설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깨달은 것은 손가락을 굽히고 손끝과 아랫배에 힘을 주고 발을 위로 차내면, 뒤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끝에 힘을 주면 뒤로 넘어가지 않고, 손 바닥에 힘을 주면 배 쪽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똑바로 서 있을 때도 같은 원리다.

몸이 앞으로 넘어가려고 하면 발끝에 힘을 주면 넘어가지 않고,

몸이 뒤로 넘어가려고 하면 발꿈치에 힘을 주면 넘어가지 않는다.


지금은 발을 차 올렸을 때 발이 벽에 닿지 않게끔  중심잡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열 번 발을 차올렸을 때 일곱 번 정도는 벽에 닿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열 번을 연속해서 발을 차올리는 것은 무리고, 세 네 번 정도 연속으로 하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그러면 다시 일어나 숨을 가다듬고 다시 연습을 한다.

지금은 네 번 차올렸을 때 두 번 정도는 벽에 발이 닿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속으로 하나 둘, 셋. 세고 발을 땅에서 내린다.

허공에서 발을 내릴 때도 쾅 내려오지 않고, 사뿐하게 배에 힘을 주어 천천히 내려오려고 노력중이다.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매일 연습을 하기 시작한 것은 삼 주 정도 된 듯하다. 내가 부상을 당했던 벽보고 물구나무서기도 하루에 1분씩 세 번 정도 버티고 있는데. 이 자세는 몸에 좀 힘이 빠졌다 싶으면 하지 않는다. 하루 더 빨리 자세를 완성하려다 몇 주를 운동을 못하게 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이제는 몸상태를 봐가며 적당히 한다.


발로 몇 번 차올리다 보면 땀이 비오듯 흐른다.

그리고 머리가 맑아지고 잡생각이 사라진다.

아침에 물구나무서기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그날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그리고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보면 작은 성취감이 느껴진다.

자잘한 성취감이 쌓여서 자존감이 된다고들 말하는데....

몸치였던 내가 이 정도를 해낸다고 생각하니..

무슨 일이든 조금씩 조금씩 하면 어떻게든 달라지겠지 하는 마음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벽 물구나무 서기 성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