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채식러의 거꾸로 걸음마
어제 발로 차서 벽 물구나무 서기를 성공했다. 마치 아기가 일어나서 벽을 짚고 선 것 같달까.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연습했는데. 발이 휙 올라갔다. 40대 중반에 처음으로 벽 물구나무를 성공하다니. 나는 벽에 발을 대고 물구나무를 선 채로 남편을 불렀다. 머리로 피가 쏠려, 자기~ 하고 쌍콤하게 부르고 싶었지만 저음으로 좌기이이- 하는 목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옆 방에서 있던 남편은 내 이상한 목소리에 바로 뛰어왔다가 나의 모습을 보고는 황당해했다. 내가 다치기라도 한 줄 알고 깜짝 놀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니라는 걸 알고는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란 말이야? 라고 되물었다. 나한테는 힘들지. 평생 처음 해본 거란 말이야. 오늘을 기억해야 해.
자기는 잘 되잖아. 남편은 그 말에 바로 벽 물구나무 서기를 섰다. 금방 일어나 얼굴이 시뻘개져서 얼굴을 긁었다. 와. 오랜만에 했더니 피가 쏠려서 얼굴이 가렵네. 여자들은 골반이 무겁고 어깨가 약해서 벽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던 글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특히 나같은 사람이 비록 발로 차서 올린 거지만 벽 물구나무서기를 해내다니. 기분이 좋았다. 사실 발을 공중에 띄우고 손바닥으로만 몸을 의지하는 것이 두려워서 지금까지 시도도 제대로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약간의 공포심을 극복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이제 벽 물구나무를 서서 3분 버티기를 목표로 훈련할 수 있다. 3분을 버티고 나면 근력이 생기고 균형감각도 생겨서 벽 없이 물구나무 서기를 연습할 수 있을 것이다.
5월 11일. 오늘 아침에는 벽에 발을 대고 물구나무를 서서 1분 가량을 버텼다. 3분 정도 버티는 것을 목표로 연습해야겠다. 반복과 연습은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반복은 그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고, 연습은 그 반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훈련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일단 지구력과 안정화 능력을 기른 후에 벽에 의지하지 않고 물구나무를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