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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게바라 Jun 17. 2024

홍콩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저녁식사

홍콩에서 회식하기

'어때, 음식은 맛있었어?', '현지 사람들은 뭐 먹어?', '한국 사람들 입맛엔 어때?'  

해외를 다녀오면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일 것이다.

그만큼 음식은 하루에 두세 번 꼬박꼬박 맞닥뜨려야 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다.  

다행히 홍콩은 식당이 참 많다. 거리와 건물내부 곳곳에 식당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당연히 종류도 다양하여 어느 나라 음식이든 원하면 먹을 수 있다. 한국 음식점도 흔해 홍콩에서 먹는 게 불편하다면 입맛이 문제 거나 뭘 먹을지 고민이 많아서 일 것이다.

홍콩에 있는 동안 먹었던 수많은 저녁식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홍콩직원들과 함께하는 회식이다. 업무가 끝나면 차를 빌려서 가는데 홍콩 직원들이 차에 술을 잔뜩 싣는다. 당연히 비싼 양주나 와인 혹은 마오타이주다. 보기만 해도 다음날 숙취가 걱정되지만 일단 기분이 좋다. 음식점에 가면 원형 테이블로 안내되고 테이블 가운데 빙빙 도는 커다란 선반 위에 음식이 차례대로 놓인다. 음식을 나눠가며 먹는데 옆사람에게 음식을 퍼주는 게 예의인 듯하다. 절대로 자기 것 먼저 집는 법이 없다. 양 옆 사람의 음식을 챙겨준 후 본인의 음식을 덜어간다. 음식을 받는 사람은  그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 둘 음식을 먹다 보면 슬슬 배가 부른데 도무지 디저트가 나올 기미가 없다.  

"와~이거 정말 큰 회식이네. 더 이상 못 먹겠어"   

하고 옆자리 홍콩직원에게 말하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니야, 아주 작은 회식이야. 이 정도는 간소한 회식이지. 많이 먹어~"    

음식이 어마어마하게 나오는데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결국 다 먹는다. 맛있다. 산해진미가 이거구나 싶다. 진시황도 측천무후도 매일 이렇게 먹었을까 궁금하다.

일 년에 몇 번하는 회식이라 그런가? 매번 먹느라 힘들었지만 빠질 순 없다. 언제 또 그렇게 먹어보랴

 

두 번째로 생각나는 음식은 마라쌍궈다. 한국에도 마라탕이 유행이라 딸아이 따라 학교 앞 마라탕 집에 자주 갔었다. 식당을 앞장선 동료직원은 한국보다 훨씬 맛있다고 기대하라고 기세 등등 했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한국과 비교하기 힘든 전혀 다른 맛이다. 입에 넣자마자 후추와 마라맛이 혀를 꽉 묶어버리는 느낌이다. 재빨리 맨밥을 입에 넣어야 삼킬만하다. 이걸 맵다고 표현하는 게 맞나 싶다. 입 안이 바로 얼얼해지는데 자꾸 손이 간다. 더 먹으면 위나 장에 안 좋을 거 같은데 계속 입안으로 들어간다. 다 먹고 나서는 '이 집에 더 올 일은 없겠군' 했는데 자꾸 생각난다. 홍콩의 마라쌍궈는 맛있다기보다는 생각나게 하는 맛이다.

 

마지막으로 홍콩의 해산물 노천식당이다. 라마섬이나 싸이쿵, 청차우 섬에 가면 바다를 바라보며 각종 해산물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세트로 시켜 먹으면 싸고 여러 종류를 먹을 수 있다. 노천이라 위생적으로 보이진 않는 게 단점이지만 쿨하게 신경 쓰지 않고 먹는다면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하다. 사실 알지도 못하는 홍콩 음식을 주문하기는 쉽지 않다. 정답은 세트메뉴라 생각하고 과감히 1번 세트 시키면 마음이 편하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비릿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해산물을 먹으면 현지인이 된 듯하다. 물론 맛도 두 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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