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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게바라 Jun 11. 2024

홍콩스러운 점심식사는?

홍콩 오면 반드시 먹게 되는 메뉴

홍콩에 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홍콩의 다양한 먹거리 일 것이다. 

'식도락의 천국'으로 유명한 홍콩은 명성에 걸맞는 다양한 중국, 홍콩의 전통음식뿐 아니라 한국음식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처음에는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어느새 나는 같은 음식만,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먹고 있다. 그중 점심식사로 간단하고 저렴하면서도 맛있었던 음식을 소개하려 한다.  

 

1. 국수 

홍콩 와서 그야말로 국수는 지겹게 먹었다. 혼자 가서 후다닥 먹기엔 가장 만만하고 실패할 확률이 적다. 프랜차이즈에서부터 골목길 허름한 국수집까지 다양하다. 보통의 경우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은 면의 종류를 먼저 고른다. 면의 재료, 굵기등을 정했으면 두 번째로 맵기 정도를 선택한다. 5~7단계가 까지 있는데 중간 맛만 해도 어지간히 맵다. 그다음 가장 중요한 토핑이다.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선택하기가 힘들 정도로 토핑의 종류가 많다. 국수에 이런 것도 넣나 싶을 정도로 돼지 간이나 양, 선지 등 식감이 낯선 것도 많다. 양은 토핑의 개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내가 가는 단골집들은 2개 시키면 작은 그릇에, 3개 이상시키면 큰 그릇에 나온다. 만일 가게에서 추천하는 콤보를 시키면 큰 그릇에 토핑이 가득 차서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음료를 고르는데 매운 거 시킬 때는 두유를 시켜 먹으면 좋다. 한국의 두유 맛은 달달하고 우유와 비슷하나 여기는 그냥 콩국물이다. 달달함이 거의 없고 콩비린내가 좀 나는데 매운 거랑 같이 먹으면 왠지 위장에 덜 미안하다. 

자주 가는 단골집중 하나는 침사추이에 있는 운남계림국수집인데 매번 '다른 식당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가게 된다. 가게가 크지 않고, 청결상태도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으며 종업원들은 대부분 무뚝뚝한데 자꾸만 가게 된다.  

여기만큼 맛있는 국숫집은 없었다. 한국에서 손님이 와도 데리고 간다. 고기를 갈아 넣은 양념장이 비법인듯한데 매울수록 양념장이 늘어난다. 가장 순한 맛을 시키면 양념장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한번 먹고 다시는 안 시켰다.) 중간 맛을 시키면 '맵네~맵네~' 하며 먹게 되는데 가게문을 나서고 나면 배가 알싸해져서 우유를 찾게 된다. 

한국 메뉴판도 있지만 한국 관광객은 딱 한번 봤다. 홍콩을 떠나면 가장 생각날 음식일 듯하다. 

2. 딤섬 

홍콩 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 오르는 음식 중 하나는 딤섬일 것이다. 관광 와서 안 먹을 수 없다. 곳곳에 딤섬집이 많은데 주말에는 대부분 줄이 서 있다.  

전에 홍콩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휴가 때 한국에서 만났는데  

"딤섬 최대한 많이 먹고 오세요. 한국 오면 생각 많이 납니다" 

딤섬집에서 주문은 종이에 종류를 체크해서 주면 되는데 종류별로 2~3개가 나온다. 되도록 많은 인원이 가서 이것저것 시켜서 다양하게 먹어야 좋다.  

한 번은 혼자 갔는데 종류별로 세 개씩 먹으니 금세 질렸다. 

한국의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딤섬집을 가게 되면 대부분 비슷한 메뉴를 시켜 먹는다. 반면에 홍콩 사람이 많이 가는 우리 동네 딤섬집은 확실히 손님들이 시킨 딤섬의 종류가 다르다. '저건 뭐지?' 하며 두리번거리다 보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3. 완탕면과 콘

완탕면도 홍콩의 대표음식인데 살짝 비릿한 육수에 꼬불꼬불하고 가는 면발과 새우만두나 기호에 따라 이것저것 넣어 먹는 음식이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양도 적다. 먹는데 몇 분 안 걸린다. 금세 허기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완탕면은 국수의 면발이 핵심이다. 가늘고 먹기 좋을 만큼 꼬들꼬들해야 한다. 국물에 넣지 않고 간장에 비벼 먹는 건국수를 시키면 그 집 국수의 질감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백종원의 푸드파이터에서 소개된 집이 숙소 근처에 있어 몇 번 가다 보니 단골이 되었다. 미슐랭 맛집으로 몇 년간 선정되었지만 손님님이 붐비지 않고 가볍게 먹기 좋다. 홍콩섬의 침차이 키도 유명한데 무조건 대기 줄을 서야 하고 합석은 100프로다. 맛은 우리 동네만 못하다. 한 번은 침차이키에 직장동료와 함께 갔는데 한국에서 온 어린  여대생 둘과 합석을 해야 했다. 근데 종업원이 우리 둘과 여대생 둘을 마주 보게 앉혔다. 홍콩에서 합석은 대부분 홍콩사람들과 해서 무슨 말을 하건 전혀 부담이 없었는데 오히려 한국사람, 그것도 어린 여대생과 합석하니 시선처리부터 동료와의 대화까지 부담스러웠다. 여대생들도 음식 나오기까지 침울한 표정으로 말없이 테이블만 응시하는데 괜스레 여행을 망친 거 같아 미안하기까지 하다. 한국 사람인 것도 미안하고, 늙은 것도 미안하고 못생긴 것도 미안하고.. 똥 밟았다 생각해라.... 아니 아니... 꼬였다고... 아니 아니... 생각하지 마라. 

이후 난 우리 동네만 간다.      

콘지는 우리나의 죽, 미음과 비슷한데 죽보다는 멀겋고 미음보다는 걸쭉하다. 여기에다도 다양한 토핑을 넣어서 먹는데 어묵에서 돼지 간까지 다양한 토핑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 

나는 콘지가 한국의 죽보다 맛있고 양도 많아 자주 먹었다. 특히 아파서 입맛 없을 때 먹으면 딱이다. 따뜻하고 양도 많아 먹으면 든든한데 부담스럽지 않다.  

여행 와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아니지만 혹시 기름진 음식에 소화라도 안되면 콘지가 적격이다. 

몇 년 전 홍콩 출장 왔을 때는 콘지만 파는 집을 많이 봤던 거 같은데 요즘 통 안 보인다. 완탕 파는 곳에서 콘지를 많이 판다.  

4. 도시락  

홍콩에 오면 맛있는 것도 좋지만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싶으면 도시락도 괜찮다. 거리 곳곳 반찬가게들을 볼 수 있는데 채소, 고기등 종류별로 만들어서 밥과 함께 판다. 매장 내 자리가 있으면 안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벤치에서 먹으면 특이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백종원도 촬영 와서 스태프들이랑 거리에서 도시락 먹으며 좋아하던데... 

나는 주로 동네 도시락집에서 포장해 집에서 먹는다. 입 맛에 맞는 건 몇 개 안돼 같은 종류의 반찬만 사다 보니 금세 질려 옆집의 오리, 닭등을 통째로 길게 건 가게와 번갈아 가며 먹고 있다. 

매우 저렴한 데다 양도 많아한 끼 식사로는 버겁다.  

어떻게 사람이 산해진미만 먹나. 재벌집 회장님도 라면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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