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표지판과 간판에는 영어 대신 포르투갈어가 있고 홍콩사람들에 비해 영어가 잘 안 통한다. 건축물과 집들의 양식도 조금 차이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둘 다 중국 문화를 근간으로 하지만 다른 문화가 더해지며 미묘한 차이가 난다. 마을길을 둘러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마카오는 좀 더 오래된 남부 유럽 스타일이라면 홍콩은 멀지 않은 과거의 서유럽 스타일 같다.
<여기서 잠깐!>
마카오는 홍콩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반환되었지만 홍콩과는 다른 역사적 배경이 있다. 16세기초에 포르투갈인들이 포교와 무역거래를 위해 명나라로 거주권을 얻어 유럽인들이 들어왔다. 그 후 아편전쟁 후 영국이 홍콩을 식민지화한 것을 계기로 포르투갈이 당시 힘없는 중국에게서 마카오를 뺏었다. 그 후 유럽과 아시아의 무역중심이 홍콩으로 옮겨지자 마카오는 카지노 사업으로 방향을 틀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서양의 영향을 받은 시기와 나라가 다르니 두 나라 사이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3. Taipa 마을, Coloane 마을
Taipa 마을은 카지노에서 생각보다 빨리 털려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갔던 곳이다. 11월 초임에도 강렬한 햇빛과 온도로 걸어가는 내내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 했던 곳이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테마파크에 온 듯한 거리로 걷는 재미가 있다.
좁은 골목에는 한자와 포르투갈어가 쓰여진 아기자기한 가게와 집이 있다. 건축양식은 중국과 서양 양식이 섞여 있는데 묘한 매력이 있다.
평일이라 교복을 입은 많은 학생들을 광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 홍콩의 학생들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느껴진다. 뭐랄까... 좀 더 차분한 느낌이랄까?
골목이 좁고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많아 우리나의 인사동 같다. 음식점도 꽤 있는데 포르투갈식 고급 레스토랑에서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가능하다. 그중 거리 중앙부에 Load Stow's Bakery라는 곳의 에그타르트는 반드시 맛봐야 한다. 하나 사서 길거리 벤치에서 먹고는 후다닥 다시 돌아가 또 사 먹었다. 홍콩의 에그타르트하고는 또 다른 맛이다. 길의 끝에는 갤럭시 호텔이 나온다.
사진 출처: 마카오 관광청
Coloane 마을은 영화 <도둑들>의 촬영장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갔다. 많은 블로그에서 마카오에서 가봐야 할 6대 혹은 10대 명소 안에 소개되어 즉흥적으로 가게 되었다. 세인트 폴 성당 유적 근처에서 택시를 탔는데 가는 길이 심상치 않다. 점점 건물들이 낮아지고 사람들이 안 보인다. 가는 건 좋은데 되돌아올 때 택시가 잡힐까 걱정이 되었다. 데이터 로밍도 안 하고 교통편도 안 알아보고 아무 준비 없이 왔는데 슬슬 불안했다. 일단 택시에 내려서 카페에서 에그타르트와 아이스커피를 한잔 마신 후 거리를 둘러보니 버스 정류장이 있다. '버스 어떻게 타야 하지?', '돈을 내나?', '홍콩 달라도 받나?' 이런저런 생각 끝에 '에라 모르겠다'하며 일단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적한 바닷가 산책길에 나처럼 관광객이 많다. 이곳에도 Load Stow's Bakery가 있는데 모두 한 상자씩 들고 사진 찍고 있다.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니 조용하다. 덩달아 관광객들도 조용하다. 사진 찍으려 덤벼들 만한 풍경이 없어서인지 관광객들의 사진 포즈도 뭔가 사색하는 뒷모습 위주다.
마을은 이쁘지만 규모가 작다. 금세 둘러볼 수 있다. 반드시 가야 할 곳은 아니지만 마카오가 워낙 작고 볼게 많지 없으니 시간이 남아돈다면 뭐 가 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교통편은 알아보고 가야 한다. 결국 나는 택시를 못 잡아 슬슬 걸었더니 수 km를 걸어야 했다.
4. 자이언트 판다 파빌리온
한국에서 푸바오가 절정의 인기를 끌다 중국으로 갔다. 사실 나는 판다곰에 대해 전~~ 혀 관심이 없다. 예전에 아이들과 에버랜드에서 줄 서서 보긴 했지만 아직도 왜 판다곰이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coloane 마을에서 택시를 못 잡아서걷다 보면 한대 잡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걷다 보니 판다 동물원까지 가게 되었다. 동물원이라기보다는 판다와 몇몇 동물들을 있는 커다란 공원이다. 동네 주민들이 쉬고 있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전형적인 공원이다. 5시 마감시간이 임박해 도착해서 극적으로 판다곰을 볼 수 있었다. 판다곰은 두 마리였는데 둘 다 뒤돌아 누워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에버랜드에서도 쿨쿨 자는 판다 엉덩이만 본 것 같다. 그나마 막판에 한 마리가 얼굴을 한번 보여줘서 극적으로 사진 한 장 찍었다.
멋진 털을 가진 원숭이도 한 마리 볼 수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슬렁 거리던 원숭이가 갑자기 벽에 올라가더니 얼굴을 보여줘 이때다 싶어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보니 원숭이가 쉬~를 하고 있다. 으잉? 하며 원숭이를 보니 아직도 쉬~를 한다. '하필 왜~' 하며 다시 사진을 찍으니 이번에는 쉬~를 마친 원숭이가 괴로운?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요로결석이라도 있는 걸까? 멋진 털을 가진 원숭이를 찍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두 사진 모두 원숭이의 굴욕사진이 되었다.
마카오는 현재 카지노뿐 아니라 휴양시설과 다양한 볼거리등 관광지로 변모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다. 나중에 다시 오게 된다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