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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Apr 06. 2019

김학의, 김성태, 버닝썬사건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범죄자들에 대한, 그리고 역할을 못하는 정부기관에 대한 분노

불쾌감

나는 오늘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러 갔다. 내가 교통카드를 개찰구 패드에 터치하려는 때, 4-50대가량의 중년 여인이 당연하다는 듯이 개찰구 밑으로 허리를 숙여 지나갔다. 그 행동을 보면서 나는 어이가 없고, 불쾌감을 느꼈다. 이 아줌마는 왜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까? 조금 생각해 보니 거기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을 거스르는 것


아름답지 못한 것은 쾌감을 준다. 아름다움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떠한 사물이나 사람이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아레테(Arete)를 가질 때,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이것을 거스르는 것들은 추하며, 불쾌감을 준다. 물론 마땅히 그러해야 함의 기준은 개별 차가 존재하겠지만, 어떠한 경우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자명한 사실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아기는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이지, 학대나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들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은 값을 주고 사야 한다는 것들은 모두가 인정하는 명제이다.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명확한 사실이다. 마땅히 값을 주고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것을 거스른 아줌마의 행동은 굉장히 추했으며, 나에게 불쾌감을 주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느끼는 박탈감


게다가 그 아줌마의 행동은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바보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박탈감을 주었다. 지하철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는 그에 알맞은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이용해야 한다. 그것이 법으로 정해지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시 그에 응당한 벌금을 물게 하는 것은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동의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아줌마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허리를 숙여 개찰구를 통과했다. 마치 법을 지키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비웃듯이 말이다.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싶다는 욕망을 절제하고, 법을 지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행동은 그 아줌마의 위법으로 인해 무기력해지며, 애써 만들어놓은 사회를 아무런 제재 없이 망가뜨리는 아줌마에게 박탈감을 느낀다. 


아줌마, 이리 오세요.


혀를 끌끌 차며 교통카드를 터치 패드에 대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아줌마, 나오세요

뒤를 돌아보니 건장한 공인근무 복장을 입은 사내가 손가락을 까닥 거리며 아줌마를 불렀다. 그 아줌마의 얼굴은 새빨개졌고, 민망한지 얼굴을 가리며 다시 개찰구를 나왔다. 한순간 나의 불쾌감이 사라졌다. 위법을 저지른 자에게 사회가 정해놓은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 쾌로 다가왔다. 만약 그 자리에서 그 아줌마의 위법이 제재당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느꼈던 불쾌감과 박탈감은 분노로 변했을 것이다. 


우리가 김학의, 김성태, 버닝썬 등등의 사건에 분노를 느끼는 이유.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


요즘 시사 뉴스란에는 김학의, 김성태, 버닝썬, 황하나 등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자들에 대한 기사가 계속 올라온다. 국민들은 이 사건들을 접할 때,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들의 행동은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것을 지키지 않음으로 불쾌감을 주었고, 법을 지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수많은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주었다. 게다가 이들의 위법은 적절하게 처벌받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그 분노의 대상은 첫 번째로는 범죄자들일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제대로 된 응징을 하지 않는 경찰과 검찰이다.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추한 모습이며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분노는 범죄자들에게 응당한 대가가 치러질 때에만 사라질 것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아줌마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공익근무요원에게 붙잡혔을 때 모두 다 사라졌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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