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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Nov 04. 2015

스스로 택한 감시 「투명사회」

#투명사회, #한병철, #디지털 파놉티콘

어려웠던 책


독서에는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책이 정말 잘 읽히다가도 어느 날은 한 글자도 읽지 못할 때가 있다. 정말 어려웠던 책이 어느 날은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할 때도 있다. 2014년 「투명사회」를 처음 접했다. 못 읽었다. 안 읽은게 아니라 '못'읽었다. 책은 너무 어려웠다. 

아니 무슨 책을 이렇게 어렵게 쓰지?

하지만 왠지 읽지 않으면 안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단은 책꽂이에 꽂아 놓자. 그렇게 꽂아 놓은채로 해가 바뀌었다. 그 사이 SNS와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한 책을 몇 권 읽었다. 「2015, 라이프 트렌드」, 「2015, 트렌드 코리아」, 「가장 멍청한 세대」등이 그런 책이다. 

아! 이야기들이 바로 「투명사회」에서 말하는 것들이구나.

그리고 나는 「투명사회」를 꺼냈다.


기술의 역습


2014년 다보스 포럼에서의 화두는 기술의 발전에 의한 긍정적 변화들이었다. 세계의 리더들은 인류가 기술의 발전들로 인하여 많은 혜택을 볼 것이고 그로인한 경제적 이득들이 많을 것이라 논의 했다. 1년이 지난 2015년에는 기술의 역습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들이 주를 이뤘지만 (다보스 포럼은 아무래도 경제인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기술로 인한 사회적 변화와 개인 사생활 침해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사항 임에 틀림 없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비판하고 나선 이가 있으니 「피로사회」를 통하여 세계에 이름을 떨친 철학자 한병철이 그 사람이다.

「피로사회」,「투명사회」의 저자 한병철

 한병철의 신간 「투명사회」에서 (이 글은 15년 3월 독서노트에 작성한 글이다.) 그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부정적인 사회적 현상들과 그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논의한다. 그는 기술의 긍정적 변화보다는 기술의 역습에 초점을 더 크게 맞추고 있다. SNS의 발전으로 인하여 사회가 점점 투명해지고 (여기서 말하는 투명은 청렴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의 사생활에 블라인드가 전혀 없이 마치 유리 속을 보는 것처럼 쉽게 개인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 이것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들과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당연시하며, 스스로 거리낌 없이 노출하는 행위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그의 책에 실려 있다. 


디지털 파놉티콘 


그가 이야기하는 투명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감시'이다. 이전 시대에는 정부가 개개인을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사회의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 동일한 사회 통념이 필요하다. (요즘에도 그러고 있지만...) 하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하나의 통념만을 가질 수 있겠는가? 개개인은 자유롭게 사유할 권리가 있다. 그들은 기존의 틀에 대한 도전과 파격으로서 사회를 발전 시켜왔다.  누군가는 통념에 저항하기 마련이다. 이 저항을 억제하는 것, 그리고 그 억제에 저항하는 것이 지금까지 정부와 개인간의 싸움이었다. 개인의 사유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판단될 수 있는 사항이기에 정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사항들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정부가 개개인을 억제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SNS가 발전하면서 개개인은 스스로를 노출하기 바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감시 당하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나의 포스팅을 보고 나의 작은 삶 일부분까지도 관심가져주기를 바란다.  '좋아요'를 받기 위하여 사람들은 보다 자극적이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부러움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 헤매고 업데이트 한다. 이런 과정에서 '좋아요'를 받기 위한 삶이 정말 개인의 삶이 되어버린다. 개개인의 사유보다는 많은 이들의 공감, 대중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한병철은 이러한 현상이 사회의 발전과 다양화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현 시대가 가지고 있는 제의가치에서 전시가치로 바뀌는 현상, 푼크툼에서 스투디움으로 옮겨질 때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같이 보면 좋을 책

한병철의 책을 읽다보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나같은 일반인이 한병철이 쌓아올린 지식과 경험을 단순간에 이해 하는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다행히 몇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의 책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2015, 라이프 트렌드」, 「2015, 트렌드 코리아」, 「가장 멍청한 세대」3권이 있으며, 롤랑바르트의 「밝은 방」,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조지오웰 「1984」등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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