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술호근미학 Nov 24. 2015

가계부

군에서  전역하자마자 직장을 잡았다.

돈도 없었고, 직장을 잡아야만 하는 이유도 있었다.

미국에서 벌었던 돈은 학비로 모두 다 썼다.

친한 형이  결혼한다는데 축의금으로 5만 원도 못했다. 

결혼식이 열리는 토요일, 휴근 하라는 말에 참석도 못한 채 축의금 3만 원만 하객 손을 빌려 보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첫 달은 돈이 없다.

식비, 교통비를 제하고 나니 금세 바닥이다. 

가계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스마트폰 앱을  다운한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난 뒤 바로 가계부를 작성한다.

점심에 밥을 먹고 가계부를 작성한다. 

퇴근 후, 지하철 안에서 또 가계부를 작성한다.

며칠 작성하다 보니 내가 어디서 돈을 썼는지 얼마나 썼는지를 알게 된다.

그와 동시에, 나는 하루 종일 무엇을 했는지도 알게 된다. 


내가 돈을 사용한 곳이 내가 머물렀던 곳이다.

내가 돈을 사용한 것이 내가 했던 행동이다. 

내가 돈을 사용한 것을 내가 먹었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금 느낀다.

돈이 곧 삶이 되어버렸으니까. 소비하는 것이 내 인생이 되어버렸으니까.


오늘 나는 어디에 돈을 썼지?   하는 질문 말고,


오늘 무엇을 창조했지? 누구와의 관계를 넓혔지? 누구에게 친절을 베풀었지?

나는 누구에게 사랑을 전했지? 나는 무엇을 배웠지? 

하고 질문할 수 있는 하루를 살아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