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말싸움을 잘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말꼬리 늘어 잡기에 궤변이었지만 나름 논리적으로 포장해서 공격하면 상대방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
그런데, 그렇게 논리적으로 말싸움을 이겨도 상대방은 설득되지 않았다. 분명 내가 말싸움에서 이겼음에도 상대방은 내가 하자는 대로 안 따라왔다. ‘내 말이 맞으니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하자’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항상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 잘났어. 너 혼자 해
설득을 통해 상대방의 자발적 변화를 원한다면 논리는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말했다고 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면 설득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는 악화된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일로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사람을 모으고 그 안에서 수익을 발생시킬 계획을 세웠다. 나는 사람들을 내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팬을 모으는 과정에서 설득은 필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러데 만약 ‘나의 콘텐츠가 당신의 생각보다 논리적으로 더 우세하다. 그러니 나의 채널과 계정을 팔로우하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들은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너 잘났다. 근데 난 팔로우 안 할 거야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팬은 나를 응원하고, 나와 같이 모이길 바라고, 나의 콘텐츠에 기꺼이 시간과 물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콘텐츠를 올렸을 때, 나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어야 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좋은 영감을 받았다. 당신을 응원한다…
이런 반응들을 내기 위해서 나는 어떤 방법으로 잠재적인 팬들을 설득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담은 책이 바로 ‘인플러언서의 말 습관’이다. 저자는 설득은 논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진실된 모습으로부터 온다고 말한다.
많은 곳에서는 채널이나 블로그를 키우기 위해서는 잘 나가는 채널을 따라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장기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팬들은 그들과 내 콘텐츠를 비교해보고 “뭐, 별 다를 게 없네”하고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교체될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말해야 한다. 이것은 진실된 모습일 때만 가능하다.
나 또한 거짓된 가면을 쓰려다가 400여 명의 구독자를 잃은 경험이 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썼다. 대부분의 글들은 예술과 미학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글들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고,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마케팅을 배우면서 브런치 계정을 더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주제들, 돈 버는 정보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내 개인적 경험보다는 정보성 글들을 더 많이 실었다.
노출이 많이 된 덕에 조회 수는 늘었지만, 구독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생각해보니 정보성 글들은 다른 브런치나 검색을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동안 구독자들은 정보가 아니라 나에 대한 글들이 궁금했던 것이고 읽고 싶었던 것이다.
이 경험은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논리나 정보보다는 진실된 개인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팬을 만드는 데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플루언서와 팬의 관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정보와 논리만 이야기하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한다면 논리와 정보보다는 진실된 당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